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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순천 일반음식점 2년동안 1,000곳 문 닫아… “사상 최대 폐업”에 역행한 시정

2년간 네 집 건너 한 집 폐업, 자영업자 위한 세출은 감소
조성진 기자   |   송고 : 2025-05-07 10:37:41

임대표시가 붙어있는 순천시 오천동 일대 빈 상가  사진=조성진기자

임대 표시가 붙어있는 순천시 오천동 일대 빈 상가.  사진=조성진 기자 

 

오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희숙(48, 가명)씨는 15년 베테랑이다. 코로나 때보다 요즘이 더 어렵다며 한숨을 쉰다. 오른 재료비만큼 가격을 못 올려 이윤은 줄고 저녁 손님은 간단히 먹고 일어난다고 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게 순천시장님 일보다 더 힘들 수 있어요. 시는 주어진 예산을 효과적으로 쓰면 되지만 저는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합니다.”

 

순천시의 재정자립도는 20%가 채 안 된다. 나머지 80%는 매년 정부나 도에서 받아 쓴다. 하지만 펜데믹을 가까스로 버텨냈던 자영업자는 더 이상 끌어 쓸 빚도 가족노동도 남아 있지 않았다.

 

“코로나 때 진 빚을 다 갚으면 미련 없이 그만둘 겁니다.”

 

<뉴스로드>가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2024년까지 2년 동안 문을 닫은 순천시 일반음식점(음주가 허용되는 식당)은 무려 1,012곳이나 된다. 같은 기간 일반음식점 수가 5,213곳이었으니 전체의 19.3%가 폐업한 셈이다. 2년에 1천 곳, 네 집 건너 한 집 폐업은 행안부가 집계한 순천시 통계 사상 최대 기록이다.

 

2022년 노관규 시장이 취임하기 전 3월 순천시는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으로 386억원을 집행했다. 업소당 최대 300만 원까지 지급한 지원금은 가뭄에 단비였다. 지원금 덕분인지 2022년에 폐업한 음식점은 249곳으로 2016년 이래 가장 적었다.

 

“그때 지원금과 대출로 버틸 수 있었어요. 코로나가 끝나면 잘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으니까…”

 

2023년 음식점 폐업, 2022년보다 두배 가까이 급증

 

하지만 노관규 시장이 취임한 이후 지원금은 없었다. 올해 2월 11일 재난지원금을 정치공작으로 치부하고 “실질적인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당장 어려운 분들에게는 복지 지원을,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는 정책자금 및 이자 지원을,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예산 조기집행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알려주고, 내일 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오늘 그물을 짜자“는 노 시장의 2년간 성적표는 어땠을까?

 

2023년에 폐업한 일반음식점은 497곳으로 2022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빚으로 빛을 찾으려 영혼까지 갈아 넣었던 자영업자는 반짝임도 잠시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자영업자에겐 배를 엎는 파도였고, 난파선에 보상이나 배상은커녕 생색내기 지원금조차 없었다. 더 큰 물고기를 잡을 내일은 없었다.

 

2022년 12월 당시 김미연 예결위 위원장이 “코로나와 고금리 고물가 등 국내외 경기 불황으로 힘겨운 시기인데도 주민들을 위한 (2023년) 예산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말을 조금이라도 귀 기울였다면 2023년은 좀 더 나았을 수도 있었다.

 

 순천시 년도별 일반음식점 폐업 현황

 

2024년 폐업 음식점 515곳... 2000년 이래 최다

 

민생지원금을 정치 공작이라 치부하며 물고기 잡는 법이 중요하다고 한 노관규 시장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노 시장은 2024년 11월 24일 재료가 소진되어 일찍 영업종료한 웃장 국밥집 순O식당을 언급하면서 “순천만 너른 벌판엔 흑두루미 등 철새들이 가득 앉아있고 행복한 노래소리들이 맘을 즐겁게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순O식당은 상위 10% 안에 드는 식당이다. 1년 내내 불황이 없을 정도다. 알아서 잘한다. 위정자 입장에서 10%를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요순이고 절로 흥이 난다. “내일 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오늘 그물을 짜자”고 해도 된다.

 

그러나 그 해 2024년은 2023년보다 더 많은 515곳이 폐업하면서 2000년 이래 가장 많은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539곳이 폐업했던 2000년은 IT버블이 꺼지면서 파산자가 속출했고 코스피는 52%, 코스닥은 80% 하락했던 해다. 당시 자영업자는 내수부진, 과당경쟁, 인건비·재료비 상승으로 사지에 내몰렸다. 노 시장의 언급이 있은 지 열흘 후 발생한 계엄령은 가뜩이나 추위에 떨던 자영업자들을 설상가상 발가벗겨 거리에 내쫓았다. 2000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재연됐다.

 

“계엄 때문에 연말 특수도 사라졌어요. 역대급 불황입니다.”

 

 

자영업자 83.3%가 월 300만원도 못 벌어, 자영업자 위한 세출은 감소

 

올해 4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월 200만 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자영업자는 48.3%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월 300만원 미만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83.3%다. 우리나라 음식점 자영업자가 하루 평균 11.5시간을 갈아 넣어 버는 소득으로는 형편없다. 무급 가족노동까지 감안하면 더 열악하다. 그렇게 일했는데도 2024년 우리나라 가구의 중위소득 월 466만 원에 한창 미치지 못한다. 날마다 힘겨운 생존싸움을 하고 있는 80%에게 장기침체에 계엄까지 닥치면 우선 살리는 게 급선무다.

 

순천시의 예결산서를 보면 시장이 80%의 자영업자에게 펼치는 정책을 대략 알 수 있다.

 

예결산서에 중소상인을 위한 항목은 크게 중소상인경영혁신 및 경쟁력 강화와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다. 순천시는 이 두 항목으로 2022년에 591억원을 썼지만, 2023년에는 175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2024년은 결산서가 올라와 있지 않아 정확한 지출액은 알 수 없고, 예산서 기준으로 162억원을 배정했다. 갈수록 줄어들었다.

 

가장 큰 항목은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이다.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은 노관규 시장이 취임하기 전인 2022년 3월에 386억 원을 집행했으므로 노 시장과 무관하다. 이후 재난지원금이나 민생지원금 이름으로 지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음으로 큰 항목은 순천사랑상품권 발행지원이다. 순천사랑상품권의 효과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원금은 2022년 132억원에서 2023년에 100억원으로 줄었고 2024년엔 91억원으로 더 줄어들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자영업자에게 시장의 시정은 거꾸로 가는 기차다.

 

권한을 가진 자의 철학과 의지가 중요

 

거꾸로 가는 기차에 일반음식점 창업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2022년부터 3년간 창업은 폐업의 70%에 미치지 못했고, 2023년부터 2년간 창업은 폐업의 60%에도 못 미쳤다. 그 결과 2022년에 4,630곳이던 음식점 수는 2023년에 4,440곳으로 줄었고 2024년 4,201곳이 됐다. 3월 말 현재는 4,146곳이다.

 

오하근 전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회와 역량, 그리고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는 부, 이런 것들을 누구에게 얼마나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이고, 그 권한을 가진 사람이 정치인”이라며 결국 “권한을 가진 자의 철학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함’을 뜻하는 창업은 ‘나라나 왕조를 처음으로 세움’이라는 다른 뜻도 갖고 있다. 시장이 바뀌는 건 왕조를 처음으로 세우는 일일 수 있다. 노 시장은 순천을 세우는 데 처음부터 음식점은 염두에 없었다. 철학과 의지가 없었으니 당연히 자영업자를 위한 세출을 줄였다.

 

순천이 요순은 아니다. 만약 순천에 요순이 있다면 하늘 아래 한 평의 순천만국가정원일 것이다. 거기에는 우물 안에서 보는 하늘이 전부인 줄 아는 이들이 앉아 있다.

 

“차리리 코로나 때 그만 두는 게 나을 뻔했어요. 헛된 희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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