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근 전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가 선월지구 현장을 둘러보고있다. 사진=조성진 기자
순천 선월지구 개발은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선월지구가 과거 신대지구처럼 수십 년 동안 민간사업자인 중흥건설의 이익만 키워주는 ‘개발의 사각지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공공이 주도하고 시민이 실질적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도시개발의 모델이 될 것인가.
최근 선월지구에는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코스트코 입점을 위해 단독주택 용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고, 아파트 세대수는 개발계획 변경으로 당초보다 605세대(11%) 늘렸다. 고등학교도 들어설 예정이다. 토지 가치와 분양 수익의 급상승을 가져올 요인들이다. 이러한 가치와 수익 상승은 민간사업자-아이러니하게도 신대와 선월지구 모두 중흥건설이 실질적인 시행사다-의 경영 능력 보다는,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의 용도변경 및 개발계획 변경, 순천시와 전남교육청의 지원이 맞물려 이루어진 결과다.
산업자원부는 7월 23일 선월하이파크단지 개발계획을 변경고시했다. 아래 분홍색이 코스트코 입점부지다.
사업초기부터 명확한 환수구조 설계해야
그렇다면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야 할 질문이 있다.
“공공의 지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이익의 상당 부분은 공공의 판단과 행정력, 그리고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발생한 것이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불로소득인 셈이다. 따라서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과 순천시는 사업 초기부터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 구조, 즉 불로소득 환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준공 전에 협의하겠다"는 느슨한 접근방식은 과거 신대지구의 실패를 그대로 반복할 뿐이다.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을 때 명확한 환수구조를 짜야 한다. 인허가를 내주고 나면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호수위의 달을 건지는 격이다.
성공의 기준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개발이익은 국민의 것이며, 사전협상과 공공개발을 통해 반드시 환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은 실제로 성남 대장동, 위례신도시, 정자동 파크뷰 등에서 총 7,500억 원의 개발이익을 사전에 확정하여 환수했다.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개발이익 도민환수제’를 제도화하여 매년 수백억 원 규모의 공공기금이 지역 복지에 재투자되도록 했다.
지금 선월지구는 인허가권과 행정적 결정을 지닌 광양경자청, 그리고 영업·교육·시설 허가권을 쥐고 있는 순천시가 주도적 협상력을 행사할 절호의 시점이다. 코스트코 유치, 고등학교 설립, 아파트 공급 확대, 용도변경 및 개발계획 변경과 같은 가치 상승 요인들이 실제 사업계획(실시계획변경)에 반영되기 전에, 개발부담금뿐만 아니라 초과 이익을 환수하거나 기부채납, 기반시설 투자 등으로 돌려받을 항목을 조목조목 명시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딴소리하지 않는다.
7월 28일 현재 선월하이파크단지 현장. 사진=조성진 기자
지역상생리츠 활용과 개발이익시민환원조례 제정
더불어, ‘지역상생리츠(REITs)’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역상생리츠를 활용하면 순천시민이 지분을 확보하고, 해당 개발에서 나오는 수익을 시민에게 배당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자산 수익화의 차원을 넘어, 시민이 개발의 실질적 주체로 참여하는 제도적 진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도록 순천시는 ‘개발이익 시민환원 조례’를 제정하고, 특별회계와 전담조직을 설치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이익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도입한 ‘경기도 개발이익 도민환원기금’을 순천형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된다.
개발이익을 사전·사후로 나눠 환수하고 초과이익을 공유하며, 지역상생리츠를 통해 시민과 수익을 나누는 구조는, 지금 선월지구가 이룰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정의로운 도시개발 모델이다. 정의로운 도시개발 모델을 잘 설계해야 제2의 신대 사태를 막을 수 있고,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땅인 연향들을 시민의 이익으로 돌려줄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질문을 거듭 던진다.
"선월지구 개발, 시민이 주인인 개발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시행사만 배불리는 개발로 끝날 것인가?"
선택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공공이 앞장서고, 시민이 함께하며, 개발이익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도시.
그것이 선월지구가 가야 할 길이다.
(오하근 전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 광양경제자유구역조합회의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