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월아산 자락에 들어서자, 이른 아침의 공기가 아직은 선선하다. 지난주에 수국축제가 끝났다는 소식이 무색하게, 산길을 따라 펼쳐진 수국들은 여전히 제 빛깔을 자랑하고 있다. 축제의 북적임이 가신 자리에 남은 것은 오히려 더 깊은 고요와, 수국이 만들어내는 청량한 풍경이다.
길가를 따라 만개한 수국은 마치 누군가 정성스레 그려놓은 수채화 같다. 흰색, 연보라, 옅은 파랑, 그리고 연분홍까지—수국의 색은 빛에 따라, 혹은 흙의 산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가까이 다가가 꽃잎을 들여다보면, 그 촘촘한 결이 손끝에 닿을 듯하다. 작은 이슬방울이 꽃잎 위에 맺혀 있는 모습은,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게 만든다.
수국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진다. 꽃을 보는 일은 대체로 그렇다. 한 송이, 한 송이마다 다른 표정이 있고, 그 앞에 서면 마음이 조용해진다. 축제의 화려함과는 다른, 일상으로 돌아온 산책길의 평화로움이 오히려 더 진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틈을 타, 나비와 벌들이 분주히 꽃을 오간다. 자연의 작은 생명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마저도 산속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에 녹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