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보건소
순천에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CRE) 감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7일 기준 순천의 CRE(카바페넘 내성 장내세균) 감염 신고 건수는 총 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건에 비해 2.6배나 급증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1.1배, 11.6%)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격리병실을 운영하고 있는 순천의 한 의료기관의 경우도 다제내성균 감염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CRE 감염 환자일 정도로 급증했다. 병원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CRE 감염환자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요로감염과 폐렴 등 패혈증을 유발하는 CRE는 2급 법정감염병이다.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항균 스펙트럼을 가진 카바페넴 항생제 효과도 무력화시켜 슈퍼박테리아라고 불린다. 전파력이 높아 24시간 내 신고 및 격리가 필수이며, 치료가 어려워 사망률도 높다. 최근 국내외에서도 CRE 감염이 빠르게 늘어나며, 공중보건의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순천시나 순천시보건소는 CRE나 다제내성균 감염관리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 순천시나 순천시보건소 홈페이지에는 CRE 관련 공지사항이나 게시물은 보이지 않았다.
CRE 감염 확률이 있는 의료기관 몇 곳을 확인한 결과 순천시와 순천시보건소에서 다제내성균 감염관리와 관련해 별도의 지침이나 공문이 전달된 적은 없었다.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안내문이나 보도자료 역시 마찬가지로 배포된 적이 없었다.
가장 최근 사례가 2023년 회계연도 성과계획서에 다제내성균 4종에 대한 표본감시 및 예방활동 예산을 1,800만원 편성한 게 전부다. 그것도 사업내용이 다제내성균 4종에 대한 표본감시 및 예방활동으로 돼있어, 2급 감염병인 CRE 감염에 대한 조치나 예산 편성은 지금까지 전혀 하지 않았다.
순천시 2023년 회계연도 성과계획서 중 의료관련 감염 표본검사 사업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CRE 등 2급 감염병은 전파가능성을 고려하여 유행 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하고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으로 전수감시 대상이고 4급 감염병은 제1급~제3급 감염병 외에 유행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표본감시활동이 필요한 감염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CRE 감염 급증한 인천시, 울산시는 감염 확산 막기 위해 노력 중
순천시와 달리 CRE 감염증 발생이 높은 인천광역시와 울산시는 CRE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4월에 요양병원 감염관리 개선 대책 포럼을 열어 보건소, 감염병 전문가, 의료기관 관계자들과 감염관리 현장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실효성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시민 및 의료기관 대상으로 감염병의 위험성과 예방법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관내 종합병원 5곳, 요양병원 7곳과 협력해 감염관리를 체계적으로 이행하는 ‘CRE 감염증 감소 전략 운영 사업’을 7월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울산시도 3월부터 관내 요양병원 6곳을 대상으로 집중 관리사업을 추진해 CRE 감염증 전파 예방을 위한 체계 마련 및 요양병원 직원 교육, 적극적인 감시활동, 감염환자 및 병원체 보유자 신속한 격리, 환경관리, 유행 발생 중재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감염관리 강화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진단검사 장비 및 시설에 대한 재정 지원, 선제 및 선별검사와 격리 강화, 지속적 모니터링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순천시, 급성기병원, 요양병원, 요양시설, 지역사회의 경계 없는 감염관리와 체계적인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