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노관규 순천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전형적인 ‘민생을 챙기는 현장형 시장’의 모습이다. 노 시장은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신청 첫날 혼잡을 줄이기 위해 직접 현장을 챙겼다. 한꺼번에 많이 몰려 기다리느라 “더운데 많이 불편하셨을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까지 곁들였다.
얼핏 보기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민생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모범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납득하기 힘든 이중잣대와 위선, 그리고 노골적인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21일 실종자 수색현장을 찾았다. 사진=노관규 시장 페이스북
불과 몇 달 전인 2월 11일 자 노 시장의 페이스북 글만 봐도 그의 본심이 드러난다. 2022년 순천시장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안했던 ‘1인당 100만 원 재난 지원금’ 공약을 두고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다. 노 시장은 “공작과 거짓이 판을 친 정치선거판”이라며 거칠게 공격했고, “세금 3천억 원도 못 걷는 순천시에서 민생 지원금을 주는 건 씨나락까지 삶아 먹는 짓”이라고 조롱했다. “미래 세대에게 짐을 지우는 일”이라며 민생 지원금을 철저히 거부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지급을 추진하자, 그는 돌연 입장을 바꿔 “현장 챙기는 시장”을 자처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묻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소비쿠폰도 ‘정치공작’인가? 왜 이재명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 한 마디 없이 순순히 따르는가?
이것이 바로 노관규 시장 정치 행보의 본질이다. 민주당 후보를 공격할 때는 “포퓰리즘”, “정치공세”라며 맹렬히 비판하던 민생지원금 정책이 이제는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자 적극 홍보하고 나서는 모습. 민생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자신의 정치적 일정(내년 지방선거에서 4선 도전과 민주당 복당이라는 목표)만이 유일한 기준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노관규 시장에게 ‘소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는 한때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하는 행동은 어떤가? 정부가 ‘고기’를 나눠주자, 누구보다 먼저 달려나가 “우리 동네도 줄 서라”며 외치는 모습 아닌가. 정말로 소신이 있다면 여전히 소비쿠폰 지급 정책을 비판해야 마땅하다.
소비쿠폰 지급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다. 그 제도를 환영하고 현장에서 직접 챙기는 것도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불과 얼마 전까지 그 정책을 정치공작이라 비난하고, 민생지원금은 미래세대에게 짐이 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던 사람이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 없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는 점이다. 자신이 입장을 바꾼 이유라도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게 정치인의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노관규 시장은 그 책임조차 회피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모든 행동이 민주당 복당과 4선 시장 도전을 위한 정치적 계산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의 삶이 정치적 욕망의 도구로 전락하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때 민주당을 향해 독설을 퍼붓던 그가, 이제는 민주당 정부의 정책에 아부하듯 행동하는 이 모순된 모습은 시민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노관규 시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에게는 진정한 ‘소신’이 있는가? 아니면 정권의 색깔과 선거 유불리에 따라 언제든 갈아입을 수 있는 ‘가면’만 남아 있는가? 순천은 더 이상 이런 기회주의 정치인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 우리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페이스북 글이 아니라 정치 철학과 일관성을 가진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오직 시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진짜 민생 정치’를 선택해야 할 때다.
그래서 2026년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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