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의회는 7월 25일 남해안남중권스포츠파크 부지매입예산이 포함된 추경안을 반대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의결했다.
지난 6월 15일, 순천시의회 상임위원회는 ‘순천 남해안남중권 스포츠파크(이하 스포츠파크) 부지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 취득계획안’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이 안건은 18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 본회의에 상정됐고, 재적의원 23명 중 과반수인 12명이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이어 순천시는 스포츠파크 부지 매입비 103억 원이 포함된 추경안을 상정했고, 7월 25일 순천시의회는 반대 의원 10명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이를 최종 의결했다.
김문수 국회의원은 추경안이 가결된 지 8일이 지난 8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포츠파크 예산의 부적정성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토지 매입비와 시설 조성비를 인위적으로 분리해 중앙심사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면, 이는 지방재정법령의 취지에 어긋나는 부적정한 재정 집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문수 순천갑 국회의원 사진=김문수의원 페이스북
김 의원은 경기도 A시의 체육공원 조성사업에서 토지 매입비만 먼저 편성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이 같은 사례가 비록 ‘불법’으로 단정되지는 않더라도 감사원 감사, 행안부 지침 위반, 예산 불용 등의 행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시의회 차원에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거나 행안부에 질의 회신을 요청해 행정의 적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김태훈 순천시의원도 6월 15일 상임위원회에서 스포츠파크 공유재산 취득계획안에 반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않았고 기본계획조차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 세금 177억 원을 전액 투입해 먼저 토지를 매입하는 것은 지방재정법에서 정한 절차적 원칙을 위반하는 행정집행이다.”
김태훈 순천시의원 사진=김태훈의원 페이스북
김태훈 의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부천시와 보성군 사례를 들었다.
# 사례 1. 부천시
부천시는 2018년, 공공청사 및 문화·업무시설 건립을 위해 부지를 120억 원에 전액 시비로 매입하면서 상급기관 심사를 받지 않고 자체투자심사만 진행했다. 이후 자족시설용지에 민간자본 695억 원과 시비 87억 원을 투입해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으로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받았다. 이에 감사원은 중앙투자심사 없이 자체 심사만으로 부지 매입 예산을 집행한 점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 사례 2. 보성군
보성군은 ‘주월산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임야를 49억 5천만 원에 전액 군비로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이 자체투자심사만을 진행했으며, 이후 총사업비를 94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전라남도 투자심사를 받지 않고 자체심사로 종결한 점을 지적하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의 ‘주의’ 조치는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있었으나 그 정도가 징계 부과 기준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 내려지는 행정적 조치다. 견책, 감봉, 정직, 파면 등의 징계와 달리 공식적인 신분상 처분은 아니지만, 인사기록부에 남아 해당 기관 및 공무원의 인사와 기관 책임자의 진급·평가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문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스포츠파크 추경안의 부적정한 예산편성에 대한 글을 올렸다. 사진=김문수의원 페이스북
김문수 의원과 순천시의 주장을 종합해 재구성해보자.
순천시가 추진하는 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의 총사업비는 786억 원이며, 이 중 부지 매입비가 177억 원 포함돼 있어 중앙투자심사 대상 사업에 해당한다.
순천시는 2037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를 위해 “서둘러” “수시분으로” ‘순천 남해안남중권 스포츠파크 공유재산 취득계획(부지매입)’ 안건을 시의회에 상정했고, 우여곡절 끝에 의회는 이를 가결했다. 이 가결은 부지 확보 사업으로 분류돼 중앙투자심사를 받을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단계를 넘어 순천시가 시비로 예산(추경안)을 편성하고 실제로 부지를 매입한 경우, 이는 중앙투자심사를 회피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투자심사 및 타당성조사 운영기준(2025.4)’에 따르면, 지자체가 부지 매입비를 전액 시비로 부담하더라도 반드시 총사업비에 포함해야 한다. 또한 부지 비용은 개별 공시지가로 산출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사업의 타당성을 보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운영기준은 ‘예산 편성’을 중앙투자심사 승인 이후의 절차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투자심사 승인 전에 시비로 예산을 편성하고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쪼개기 편성’에 해당되어 부적절한 집행이라는 지적이다.
김문수 의원은 이에 대해 “토지 매입비와 시설 조성비는 합산하여 총사업비 기준으로 중앙투자심사를 먼저 받은 후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5일 추가로 올린 글에서 문체부 공모사업의 ‘부지확보사업’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경계했다. 김의원은 부지 확보 계획이 명확해야 국비 선정에 유리하다는 해석에 대해 이것은 “국비 신청 시점의 기준이며, 실제로는 토지 매입 ‘완료’가 아닌 예산 반영 및 확약으로도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확약은 시의회의 ‘공유재산취득계획의결’로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전남도에서 보낸 문체부 공모사업 공문
적정한 행정 절차는
순천시는 “공유재산 취득계획 의결 → 투자심사(시비 기반) → 토지매입 예산 편성 → 국·도비 확보 → 중앙투자심사 → 시설 조성”이라는 순서가 적정한 행정절차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행안부의 운영기준과 감사원 지적 사례를 종합하면, 보다 적정한 절차는 “공유재산 취득계획 의결 → 자체투자심사 → 국도비 확보 → 중앙투자심사 → 토지매입을 포함한 총사업비 예산편성 → 시의회 의결 → 시설 조성”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문수 의원이 추경안이 의결됐지만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이렇다. 시의회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면 부지 매입 집행 시점을 중앙투자심사 이후로 미룰 수 있고, 감사원의 '주의' 조치가 내려질 경우 스포츠파크 총사업비 786억 원 규모에 대해 유니버시아드대회와 관련하여 의회가 종합적으로 다시 검토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행안부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절차상의 문제를 바로잡고, 순천시와 의회가 국민과 시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길지는 순천시의회와 감사원, 행안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