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산에 위치한 갈마해양관광지구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유명해 “북한의 와이키키”라 불리는 원산의 갈마해양관광지구가 7월 1일 새로 개장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개장 보름만에 외국인 방문을 중단했다.
일부 시설을 보완하거나 생각보다 외국인 수요가 많지 않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있지만 정확한 중단 조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내국인은 계속 이용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온 15명의 단체관광객 가운데 한 명인 니나 스비리다(Nina Svirida)가 북한전문뉴스인 NK 뉴스에 갈마해양관광지구 방문기를 전했다. 이들이 지불한 패키지 금액은 1인당 1850불(257만원)이다.
니나 스비리다의 방문기를 재구성해 정리했다.
갈마해양관광지구 저녁 풍경
지난 7월, 세계에서 가장 닫힌 나라 북한이 해외 관광객을 위해 새롭게 문을 연 ‘원산 갈마리조트’.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다. 북한에 리조트라니? 그러나 직접 다녀온 뒤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원산의 끝없이 펼쳐진 해변과 의외의 세심한 서비스, 과도할 정도로 푸짐했던 음식까지, 예상 밖의 경험이 이어졌다.
여행의 출발은 블라디보스톡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평양을 경유해 원산까지 비행기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장관 라브로프의 예상치 못한 방문으로 평양에서 원산까지는 기차로 대체됐다. 10시간 동안 기차에 갇히긴 했지만, 새로 지은 듯한 객실과 식당차에서의 식사, 창밖으로 펼쳐진 북한 농촌 풍경 덕분에 지루함을 잊을 수 있었다.
밤새 달린 기차에서 맞은 북한의 아침 풍경은 독특했다. 간간히 보이는 작은 오두막과 논밭, 군데군데 일하는 주민들의 모습. 우리는 ‘북한을 여행하고 있다’는 실감을 천천히 느끼며 원산역에 도착했다.
갈마해양관광지구 북부지역인 7구획 안내도
원산역에서 해변가까지는 불과 10분. 우리는 명사십리 능라도 호텔에 여정을 풀었다.
원산 갈마리조트의 첫인상은 깔끔함 그 자체였다. 호텔과 리조트는 모두 새것이었고, 시설도 훌륭했다. 우리가 묵었던 투룸 스위트룸은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오션뷰에 널찍한 퀸사이즈 침대, 반투명 발코니까지 갖춰져 있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세심한 태도가 인상 깊었다. 가이드에게 “발코니에 의자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무심코 흘렸는데, 몇 시간 뒤 진짜 의자가 놓여 있었다. 서비스에만 집중한 모습에서 때론 감시받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와이파이는 유료였지만, 우리는 일부러 ‘디지털 디톡스(디지털 기기 사용을 일시 중단해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위)’를 선택했다. TV 채널은 단 하나, 그마저도 녹화방송뿐이었기에 스마트폰과 TV 대신 오롯이 풍경과 리조트 자체를 즐겼다.
식사는 리조트 체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10가지 요리로 구성된 코스요리였다. 적어도 한 끼는 거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과했지만, 음식은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메뉴는 한국식 생선회부터 튀긴 돼지고기, 날치알을 곁들인 양배추 샐러드, 간장에 졸인 대구, 튀긴 버섯, 양배추 수프까지 다양했고, 물과 맥주, 차도 곁들여졌다. 가이드가 “이제는 양을 좀 줄여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명사십리 능라도호텔 식사
이곳 레스토랑 메뉴판을 보니 대부분 요리가 6달러 안팎. 리조트치고 저렴한 편이었고, 배고플 틈이 없었다.
리조트 앞 해변은 5km나 이어지는 백사장이었다. 북한의 와이키키라는 별명이 허언은 아니었다. 처음엔 가이드가 동행했지만, 점차 지역에 익숙해지자 우리 부부는 자유롭게 해변 산책을 즐겼다.
그런데 해변 끝자락에서 북한 경비원의 제지를 받았다. 더 이상 안된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렸지만, 그조차 독특한 체험으로 기억되었다.
갈마해양관광지구 거리
리조트 내 워터파크는 북한 주민들로 가득했다. 특히 일요일이 되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 나이 지긋한 노인 관광객들까지 몰려들며 워터파크는 붐볐다. 외국 언론 기자들은 “북한의 휴가객들은 사실 배우일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리조트 내 마사지 센터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100분짜리 전신 마사지는 30달러, 얼굴 마사지는 7달러였다. 시원하게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여행의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느낌이었다.
갈마해양관광지구 앞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북한주민들
쇼핑도 색다른 재미였다. 전자 팔찌에 미리 충전한 금액으로 매점과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며 150달러를 사용했다. 휴대폰 결제가 불가능한 나라지만 전자 팔찌 결제 시스템은 의외로 편리했다.
북한 여행이 저렴할 거라는 생각은 오해다. 항공편 취소와 기차 이동 등으로 일정이 꼬이긴 했지만, 약 1,200달러를 추가 지출했다. 물론 평양에서 원산까지 항공료는 환불 받았다. 비싸다면 비쌀 수 있지만, 리조트에서의 경험과 만족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원산까지 직항편이 재개되면 세 번째 북한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주변 동행자들도 대부분 같은 말을 했다. 다시 오고 싶은 곳, 그게 원산 갈마리조트였다.
북한은 원산 갈마리조트를 러시아 관광객에게만 열고 있지만, 조만간 더 많은 외국인을 받을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페리 운항이 시작되고 직항편이 재개된다면 ‘북한의 와이키키’는 분명 더 많은 관광객을 맞게 될 것이다.
‘가봐야 믿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북한 원산 갈마리조트가 그랬다. 분명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신기하고 색다른 여행이었다. 다음번엔 마식령 스키장과 함께 더 긴 일정으로 북한을 다시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