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전국 1325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하반기 적정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점수는 77.9점으로, 과거에 비해 전반적인 서비스 질이 많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평가 결과 하위 5%에 해당한 병원들은 6개월간 입원료 가산금과 인력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 사실상 회복이 어려운 수준의 제재다. 현행 요양병원 적정성평가가 상대평가 방식을 고수하면서 생긴 문제다. 반면 급성기병원은 절대평가를 적용해 일정 기준만 넘으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심평원 강중구 원장은 지난해 “하위 5%가 가산과 인력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위 병원뿐 아니라 가산금을 받기 위해 많은 병원들이 점수 관리에 집중하거나 서류를 조작하고, 실제 환자 치료와 무관한 행정업무에 인력을 과도하게 투입하는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
평가 방식, 이대로 좋은가?
정부는 요양병원 병상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인식 아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상대평가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상대평가에 따른 낙인 효과가 낮은 수가 체계와 하위 5% 퇴출과 맞물려 중증 노인 환자를 돌보는 필수 의료기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는 요양병원이 노인 복지의 핵심 기관인데, 이런 병원들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또한 평가 기준 자체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예를 들어 욕창이 나은 환자에게도 정맥 영양주사, 피부 드레싱, 2시간마다 체위 변경 같은 모든 처치를 다 해야만 평가 점수가 올라간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처치는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어 의료진이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정신질환 약물 투여, 통증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 환자가 많은 병원일수록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평가 제도를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째,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일정 점수(예: 70점)를 넘기면 등급을 부여하고, 기준 미달 병원에는 퇴출이 아닌 교육과 개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둘째, 평가 결과를 처벌보다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흡한 병원에 컨설팅, 교육,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면 자발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시범사업에서는 등급이 상승한 사례도 있다.
셋째, 평가 항목은 현실에 맞아야 한다. 의료진, 환자, 보호자 등의 의견을 반영해 현장의 실제 돌봄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평가의 본질은 국가의 돌봄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복지국가의 방향이다. 경쟁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요양병원 적정성평가는 단순한 등급 매기기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는 중요한 제도이다. 평가 방식이 개선된다면 요양병원의 부담도 줄고, 고령사회에 대비한 국가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박지선 전남간호사협회 대의원 / 순천만요양병원 간호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