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나눔재단 마음터봉사단원들이 6월 8일 백학농장 일손돕기를 했다. 사진=박지선 시민기자
초여름 햇살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만 새벽 공기는 아직 선선했다.
6월 8일 이른 아침, 덜 깬 눈을 비비며 마음터봉사단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마음터봉사단은 순천만나눔재단에 소속된 봉사단 중 하나다. 도착한 곳은 순천시 월등면 월림리에 자리한 백학농장. 과수원을 감싸는 초록 내음이 먼저 인사를 건낸다.
이번 봉사는 복숭아밭 일손 돕기다. 일손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에 고금심 마음터봉사단 단장이 나섰다. 연락 한 통에 이심전심,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16명의 봉사단원들이 흔쾌히 모였다. 김인수 순천만나눔재단 이사도 자신의 배농사에 한창 바쁠텐데 기꺼이 참석했다.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띤 배종식 백학농장 대표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의 미션은 복숭아에 봉지를 씌우는 작업. 복숭아 열매 하나하나에 봉지를 씌워 가지에 고정시키는 일이다.
벌레 피해나 비를 막아주는 봉지 덕분에 더 예쁘고 맛있는 복숭아가 자란다고 한다. 이장이기도 한 배 대표는 “오늘 고생한 만큼 9월에 달고 시원한 복숭아를 마음껏 드시게 하겠다”며 웃었다. 그 말에 다들 웃으며 힘을 냈다. 입 안 가득 퍼질 복숭아 향과 과즙을 상상하니 손이 더욱 바빠졌다.
두 시간이 지나자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팔과 허리가 저릿했다. 며칠 전 딸기 밭에서 허리를 굽히며 일하느라 허리가 아파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거렸다. 다행히 복숭아는 서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만큼 팔과 손목이 고되다. 마침 등장한 수박 간식은 천금보다 반가웠다. 빨갛게 잘 익은 수박 한 조각을 베어 무니 온몸에 생기가 돌았다.
잠시 쉬는 틈에 배 대표는 “농협에서 알선해주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다른 농장으로 이동하니, 매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이라며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복숭아는 손이 예민한 과일이라 조금만 실수해도 상처를 입는다며, 일손의 숙련도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식 후 재개된 작업은 아침보다 훨씬 수월했다. 몸이 풀려서인지, 요령이 생겨서인지 손이 착착 맞아들었다.
그렇게 오전 내내 땀을 흘린 끝에 복숭아밭 한 구역을 전부 씌웠다. 팔은 뻐근했지만 가슴 한 켠이 뿌듯해졌다.
자연과, 사람과, 따뜻한 마음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나눔을 주기 위해 찾은 자리에서 오히려 더 큰 나눔을 받았다. 순천만나눔재단이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소중한 하루. 함께한 동료들의 얼굴에도 뿌듯함이 묻어났다.
점심으로 나눠 먹은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이 땀도 피로도 눈 녹듯 사라지게 했다. 헤어지며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엔 “오늘, 참 잘 왔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날씨마저 우리를 응원하듯, 그렇게 완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