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효사랑요양병원 전경
순천효사랑요양병원은 순천 요양병원의 역사와도 같다.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모범’이라는 평가가 늘 따라붙는다.
실제로 순천에 있는 7개 요양병원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2006년에 개원했으니까 올해로 19년 차를 맞는다. 오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다제내성균 감염환자를 위한 격리병실을 운영하며 다시 한번 선도적 역할을 해냈다. 순천뿐 아니라 전남 동부에서도 최초다.
다제내성균은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가진 세균으로, 흔히 ‘항생제내성균’이라고 부른다.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6종의 균이 여기에 해당되며, 이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이다.
이처럼 위험한 균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순천효사랑요양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큰 병원은 입원 질병만 완치되면 CRE가 있어도 요양병원으로 가라고 해요. 그런데 진료협력센터에서는 다제내성균을 관리할 수 있는 병원이 순천효사랑요양병원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고민도 안 했어요. 어머니도 만족해하십니다.”
지난달 CRE에 감염된 어머니를 입원시킨 김 모 씨(52세, 순천 거주)는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 무엇보다 안심된다고 말했다. 성가롤로병원이나 지역의 다른 종합병원, 재활병원들 역시 관내 협조가 가능해진 덕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안심병동 현판이 크게 보인다 사진=조성진 기자
순천 유일의 다제내성균 격리병실... "준비된 병원"
전남 동부 최초이자 순천 유일의 다제내성균 격리병실을 운영하는 순천효사랑요양병원은 단순히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아니다. 오히려 철저한 시스템과 헌신적인 의료진이 뒷받침되는, 준비된 병원이다.
박지선 순천만요양병원 간호본부장은 “이 병원이 의료진이 훌륭하고, 환자관리나 직원 교육을 체계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건 순천 요양병원계에서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귀뜸했다.
6년 전 격리병실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도 체계적인 병원 운영 노하우 덕분이다. 현재는 병원 내 감염 관리 체계가 더욱 촘촘하게 정착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안심병동’이라고 쓴 노란색 바탕의 현판이 큼직하게 보인다. 병동에 들어서면 왼편에 병동스테이션이 있고 오른편에는 선제검사를 위한 집중관리병실이 있다. 더 안쪽으로는 항생제내성균 관리병실이 자리하고 있다.
총 11개의 병실은 같은 균주별로 분류해 관리한다. 환자들의 부담을 고려해 1인실과 다인실을 병행 운영하고 있으며, 감염경로가 비말이 아니고 대소변이 묻은 기저귀 등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관리와 주기적인 직원 교육이 이루어진다.
안심병동 내부 스테이션 사진=조성진 기자
11개의 항생제내성균 관리병실을 같은 균주별로 묶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조성진 기자
시작은 힘들었지만...김현숙 이사장의 "선제적 실천" 으로 이겨내
하지만 이러한 체계를 갖추기까지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처음엔 반대가 많았어요. 전염 우려도 있었고, 일반 환자보다 관리가 몇 배는 힘들거든요. 수간호사들이 집단으로 그만두기도 했죠.”
간호사 출신인 황혜선 행정원장은 병원 초기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김제 가족사랑요양병원에 여러 차례 견학을 갔습니다. 안전하더라고요. 원장님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의사가 직접 샘플링도 하며 직원교육을 철저히 했습니다. 내부 불안이 점차 해소되면서 신뢰가 쌓였습니다”
시설, 장비, 인력 등 감염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투자는 병원에 큰 부담이었지만, 이를 견디고 체계를 갖춘 데는 한 가지 철학이 있었다. 김현숙 숭덕의료재단 이사장의 ‘선제적 실천’이다.
황혜선 원장은 “현행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균 배양검사 비용을 보전 받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다제내성균 특성화 병원 운영은 사실상 공익을 위한 봉사에 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이어서 “요양병원은 선제검사를 꺼립니다. 비용 부담도 있고,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검사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거든요. 환자들도 꺼려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안전과 감염 방지를 위해 우리만이라도 먼저 해야 한다는 김현숙 이사장님의 소신 있는 결단과 지역사회 공헌 의지가 오늘의 순천효사랑요양병원 격리병실 운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른쪽부터 신숙경 감염관리팀장, 박은순 간호부장, 황혜선 행정원장 사진=조성진기자
2024년, 또 한 번의 도전… CRE 환자 입원 결정
선제적 실천은 2024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6종의 다제내성균 감염자 중 CRE 감염자는 받지 않았지만, 하반기부터 CRE 환자도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의 노하우가 축적되고 CRE 감염이 급증한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요로감염, 폐렴, 패혈증 증가로 항생제 사용이 많아지고 CRE 감염 사례도 함께 늘었다. CRE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마저 듣지 않아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며, 전파력이 높고 사망률도 높은 2급 법정감염병이다.
박은순 간호부장은 “현재 입원 중인 25명의 다제내성균 환자 중 9명이 CRE 감염자”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을 막는 첫걸음, 선제검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의 90%는 급성기병원에서 전원된 경우이며, 나머지 10%는 지역사회 감염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에서 급성기병원으로 역유입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 내 감염 역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감염 증상은 부위에 따라 다양한데, 요로감염은 배뇨통이나 혈뇨, 호흡기 감염은 호흡곤란이나 가슴 통증 등으로 나타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병력 청취와 소변배양검사가 필요하다.
신숙경 감염관리팀장은 “요양시설에서 감염비율이 높은 이유는 환자 대부분이 고령자이고, 선제검사나 선별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은순 간호부장은 “진단 장비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감염 여부 확인 없이 항생제를 먼저 처방하는 것이 오남용의 원인”이라며 “선제검사야말로 전염과 집단감염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황혜선 행정원장 역시 “모든 요양병원이 선제 격리 진단 검사를 통해 감염경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제도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은 실천과 사회적 책임으로 세워진다
오랜 시간만으로 전통과 관록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순천효사랑요양병원은 환자와 보호자, 지역사회를 향한 의료철학과 실천, 책임으로 그 가치를 입증해 왔다.
“환자가 편안한 병원, 보호자가 편리한 병원, 직원이 헌신하는 병원”이라는 비전은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감염병 관리라는 어려운 길을 외면하지 않고, 교육과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으며, 다제내성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용기 있게 나아가는 병원. 이것이 바로 19년째 순천효사랑요양병원이 ‘모범’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늘 “효”와 “사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