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청 사진=조성진 기자
지난 8월 5일 여수MBC가 보도한 ‘신대지구 개발이익금 최대 50% 환수’는 많은 시민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MBC에 따르면 순천시는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금 800억여 원 가운데 최대 50%까지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민간사업자는 중흥건설이다. 중흥건설은 신대지구 개발사업 시행자인 순천에코밸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처음엔 99%였지만 순천시가 배당금 10억 원을 받고 보유하던 1% 지분(3억원)마저 넘겼다.
시민들의 눈을 의심케 한 이유는 지금까지 순천시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청)이 단 한 차례도 환수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흥건설도 무상양도를 제외하고는 어떤 기부나 이익환원을 하지 않았다.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후원이나 기부를 하지 않아 순천시민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물론 중흥건설의 비자금 조성과 담당공무원의 뇌물수수는 있었다.
MBC 보도에서 나타난 순천시 태도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행동예측반경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예전대로라면 순천시는 “50% 환수 검토”가 아니라 “법적으로 어렵다”, “환수 여부를 고려해보겠다”는 반응을 했어야 했다.
개발이익 환수나 재투자는 법적으론 불가능
사실 신대지구 개발이익 환수나 재투자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신대지구 개발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승인일은 2006년 11월 3일이고, 개발이익환수법에 따른 경제자유구역에서의 개발이익(개발부담금) 20% 부과는 2006년 12월 15일부터 시행됐다.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른 개발이익 10% 재투자는 2011년 8월 5일부터 시행됐다. 따라서 법률 시행 이전에 승인된 신대지구 조성사업은, 개발 주체인 중흥건설에게 개발이익을 환수하거나 재투자하게 할 법적 강제성이 없다.
신대지구
법적 강제성이 없는데, 현안마다 법을 앞세우는 순천시가 개발이익 환수에 자발적으로 나설 리는 없다. 단지 순천시가 신대지구 개발이익 환수에 대해 언급한 것은 2025년 4월 16일 이영란 의원의 시정질문에서, 노관규 시장이 말한 게 유일하다.
“시행자는 신대지구에 개발을 해서 막대한 이득을 남겼는데 우리 시에 기여한 것이 없지 않느냐, 이것(선월하수처리장)을 연계해 가지고 개발이익을 우리 시에 다시 받아내는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이 회사로부터 정치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불이익을 많이 받은 정치인 중의 한 명입니다. 그러나 이것(개발이익 환수)은 하수처리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서 업체의 기여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 됩니다.”
노관규 시장이 언급한 “다른 방식”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개발이익을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만약 노 시장의 ‘방식’이 통 크게 50% 환수를 밀어붙이는 것이었다면 환영할 일이다. 순천 역사에 남을 일이다.
사실 순천시가 이렇게 나올 것을 예상한 사람은 우리가 아는 한 없다. 서동욱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8월 22일 8명의 순천시 의원들이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처럼 “얼렁뚱땅 넘어가”도 됐다.
순천시의회 의원 8명은 22일 신대·선월지구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협상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조성진 기자
50% 환수의 상징성
순천 지역 도의원들이 최소 30%를 환원하라는 요구는 나름 합리적이다. 개발부담금 20%와 재투자 10%를 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천시가 여기에 20%를 더 얹어 통 크게 50%를 환수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경자청 몫인 재투자를 빼면 30%다.
당장은 중흥건설의 반발이다. 중흥건설은 이미 기부채납 방식으로 1,361억 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했고, 개발이익 환수나 재투자 모두 사업승인 이후에 시행된 법률이라 해당사항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순천시가 “환수 50%”를 중흥건설과 사전 협의 없이 진행했다면 중흥건설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법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압박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면 행정권 남용이나 부당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단 상황을 살펴본 후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황을 살펴본다”는 것은 순천시의 실제 조치도 있지만 정치권과 지역여론도 포함된다. 순천시도 12월 준공, 순천지역 도의원 8명과 시의원 8명의 환수 촉구, 내년 지방선거를 감안해야 한다. 서선란 의원은 “환수 문제를 오래 끌수록 중흥건설과 노관규 시장에게 불리하다. 중흥건설은 선월지구 개발과 하수처리장 문제가 있고, 노관규 시장은 중흥건설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지역여론을 뒤집을 카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50% 환수”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대장동 환수율보다 더 클 수 있다. 50%가 시민들의 뇌리에 박히면 노관규 시장의 ‘통 큰 방식’은 큰 치적이 된다.
개발이익 800억원
물론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보는 개발이익 규모는 순천시와 차이가 크다. MBC는 순천시가 개발이익을 800억 원으로 단정하는 투인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금 800억여 원 가운데 최대 50%”로 보도했다. 하지만 순천지역 도의원들이나 시의원, 지역 여론은 신대지구 개발이익을 수천억 원, 최대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참고로 2024년말 순천에코밸리의 이익잉여금은 1,120억 원이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누계 당기순이익은 1,214억 원이다.
순천시의 ‘개발이익 800억 원’에 대해 8월 22일 8명의 순천시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신대지구 개발이익을 800억 원으로 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산정에 필요한 민간사업자와의 협상을 하기도 전에 서둘러 미리 금액을 공지한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순천시의원들은 개발이익 산정 과정에서 토지가격 상승분과 개발비용 등은 전문적이고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민간사업자와 일부 행정 담당자에게만 맡겨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순천시의회와 회계전문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환수금액 산정, 무상양도와 기부채납(재투자)
MBC보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천시와 경자청이 환수금액을 산정하는 방법에 차이가 난다. 김미자 순천시도시전략과장은 중흥건설이 주장하는 1,361억원의 기부는 무상양도이며 환수 금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자청에 화살을 돌린다. “경자청에서는 이것도 일종의 기부채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영배 광양경자청 개발부장은 “개발부담금(개발이익 환수)은 순천시에서 판단해서 할 사항이고 개발이익 재투자는 법에 나와있는 대로 10%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자 과장의 말대로면 중흥건설이 주장하는 1,361억 원 기부채납을 경자청이 무상양도가 아니라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른 10% 재투자로 보면 더 부과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아니면 1.361억 원 중 10%는 기부채납(재투자), 나머지는 무상양도로 하면 중흥건설 입장에서는 순천시가 검토 중인 400억 원만 고민하면 된다. 그러나 8월 22일 개발이익 환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8명의 순천시의원들은 중흥건설의 1,361억원은 무상양도이기 때문에 순천시의 50% 환수와 경자청의 10% 재투자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400억 원의 환원은 중흥건설에게 불리한 것만 아니다. 순천시에 환원하면 개발부담금이 아니라 기부금에 해당돼 사업연도 소득금액의 10% 이내에서 5년간 공제 가능하다. 중흥건설은 법인세 과세표준을 줄이는 효과와 기업이미지 개선으로 향후 선월지구와 연향들에서 수월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