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천의 합계출산율은 0.94명.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인구 유지선으로 알려진 2.1명에는 한참 못 미친다.
아이를 낳는 가정이 늘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출산율이 조금 오른다고 해서, 줄어드는 인구를 붙잡을 수는 없다. 순천 인구는 2020년 28만 2천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 1월 27만 8천명이던 인구는 올해 5월엔 27만 5천 명 선으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전국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각종 지원을 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반전은 아직 없다. 출산 장려, 귀농·귀촌, 정주 유도 등 오래된 해법으로는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정말 정주인구만이 해답인가?
‘사는 사람’이 줄어들면 ‘오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이번 대선에서 ‘수도권 일극체제 해체’와 ‘지방시대 개막’을 정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 기조 속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생활인구다.
생활인구란 주민등록상 인구 외에도, 하루 3시간 이상 지역에 머무르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지표다. 관광, 통근, 학업, 출장 등 그 목적이 무엇이든, ‘잠시라도 머무는 사람’이 지역에 경제적, 사회적 활력을 더한다는 점에 착안한 개념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순천의 하루 평균 생활인구는 138만 3천 명이다. 전남에서는 여수, 목포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 중 약 110만 명은 순천에 거주하지 않는 체류인구다.
이 숫자가 왜 중요할까요?
생활인구는 곧 소비, 활력, 그리고 기회다
순천시민 한 명이 한 달에 지역에서 쓰는 소비 금액은 약 92만 원. 반면 숙박 관광객은 1회 평균 18만 3천 원, 당일 관광객은 6만 4천 원을 쓴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매달 110만 명이 한 번씩만 순천을 방문한다면, 이들의 소비효과는 시민 14만 명의 소비와 맞먹는다.
결국 현재 순천의 생활인구는 실제 인구 42만 명이 사는 도시 수준의 경제적 파급력을 지닌 셈이다. 이제 인구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할 때다. 단순히 정주인구를 늘리려는 접근에서 벗어나, 생활인구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관리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돈 버는 도시' 순천
이재명 정부는 ‘K-엔비디아 프로젝트’처럼 국가가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새로운 공공 수익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이 철학은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을 비롯한 지역 관광자산이 단순한 관람지에 머물지 않고, 수익을 순천 시민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순천형 K-엔비디아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시민이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를 제안하고 실현하는 주체가 되는 ‘리빙랩(Living Lab)’ 기반의 참여 행정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돈 버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지자체가 성장기업에 투자해 주민에게 이익을돌려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이 벌고, 기업이 투자하며, 그 이익을 다시 주민과 지역사회에 돌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익이 있어야 지속이 가능하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실질적 자치, 생활기반의 혁신과도 맞닿아 있다.
순천, 생활인구 200만 명 시대를 준비하자
생활인구가 200만 명에 이른다면 순천은 인구 53만 명 도시와 맞먹는 소비 효과를 얻게 된다. 기업의 관심이 몰리고,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에 활력이 돌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누가 주민이냐’가 아니라 ‘누가 자주 머무르느냐’에 달려 있다.
도시의 활력은 반드시 정주인구에 비례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살게 하려 애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자주 오게 만드는 것, 그 전략이 바로 지금 순천에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지방시대는, 지방을 살아 있는 경제의 장으로 회복시키는 비전이다. 순천이 그 모델이 되기를 희망한다. (오하근 전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