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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역 앞에 "대전도 큰일날 뻔"이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광주전남시민사회대응팀 |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지난 2월 행정통합특별법이 통과되기 전 입법공청회.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가 약속한 20조원 지원이 확실한지 따져 물었다. 행정안전부 차관은 "흔들림 없는 정부의 의지”라고 답했다. 전남과 광주 시민들은 정부의 약속을 믿고 통합의 길을 선택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청구서가 날아왔다.
7월 전남광주특별시 공식 출범을 앞두고 정부가 편성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행정통합 마중물 예산 573억원이 한 푼도 담기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177억원이라도 살리려 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정부의 대안은 저리 융자, 즉 빚이었다.
통합의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전남도와 광주시가 운영해 온 행정·민원·재정 시스템은 서로 다른 언어로 구축돼 있다. 두 도시를 하나로 묶으려면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정보시스템 구축에만 1300억원. 도로 안내판과 공공시설 표지판 교체에 171억원, 공문서와 직인 정비에 53억원. 합산하면 최소 1873억원이다.
전남 22개 시·군에는 각종 보조금을 신청하는 전산 시스템이 있지만 광주 5개 자치구에는 없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부터가 통합의 첫 번째 숙제다. 그런데 그 비용을 이제 두 지자체가 스스로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됐다.
통합추진단 관계자는 "국가 주도 성격이 강한 사업임에도 지방이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며 우려의 목소리로 말했다.
"결혼 시키고 비용은 직접 마련하라는 격"
22일, 광주·전남 지역 시민사회단체 50여 곳이 뭉쳤다. '자치분권 행정통합 및 시민주권 정치개혁 촉구 광주전남시민사회 대응팀'은 성명을 내고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대응팀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결혼을 부추겨 놓고 결혼 비용은 직접 마련하라는 격" 이라며 정부의 태도를 비꼬았다. 이 비유 안에는 지역 시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압축돼 있다. 충청권과 대구경북의 통합 논의가 잇따라 무산되는 가운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총대를 멘' 호남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마중물 예산을 빚으로 충당하라는 방침이 이후 약속될 20조원의 신뢰성 자체를 허물어뜨린다는 것이다. 대응팀은 "이번 사태가 지역소멸을 부추기고 지역민을 우롱하는 알맹이 없는 정치구호의 서막이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전도 큰일날 뻔”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은 "5극3특 구호가 얼마나 허구였는지 전남광주특별시 사례가 증명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대전역 앞에는 '대전도 큰일날 뻔'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 현수막은 단지 웃음거리가 아니라, 전국 행정통합 논의에 내려진 일종의 경고문처럼 읽혔다.
대응팀은 이재명 대통령과 지역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날선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께 묻는다. 정말로 정부의 약속을 믿을 수 있는가." 그리고 광주·전남 국회의원들과 두 광역단체장을 향해서도 물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는가."
두 시·도는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6월 자체 추경으로 버텨볼 계획이다. 정보시스템 통합, 표지판 교체, 공인·공부 정비. 출범 전 완수해야 할 최소한의 과제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7월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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