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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노관규는 아니다

2026-04-22 10:19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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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것이 맞다.

4년을 함께 싸워온 후보가 경선 하루 전날 찍힌 사진 한 장에 근소한 차이로 무너졌다. "1대3 다구리"라는 말이 나왔다. 돌아온 대답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 원팀 정신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말들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규정 위반이 없었다는 것과, 마음의 상처를 입히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법적으로 문제없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에 상처를 입으면, 그 흔적은 오래간다. 정치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법정이 아니다.

순천의 민주당 지지율은 81.7%다.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숫자다. 이 숫자는 선거철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도 봐주지 않을 때도 당비를 납부하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독재와 계엄에 맞서 항거한 사람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올린 상징이다.

오하근을 지지한 사람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다. 이번 경선에서도 수천 명의 권리당원이 "더 큰 순천"을 만들겠다는 약속에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것이 오하근 조직의 힘이고, 오하근 지지자들의 결속이다. 민주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오하근은 언제나 1위였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 당의 정체성이 가장 강한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이번 경선에서 진 것이 오하근의 한계가 아니다. 오하근이 쌓아온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노관규를 찍는 것은 항의가 아니다

경선 결과에 분노하는 것과, 그 분노를 노관규에 대한 지지로 연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노관규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이다. 그의 재임 4년을 돌아보자. 자영업자는 속절없이 무너졌고, 청년인구는 8,500명 줄었다. 실업률은 전남에서 가장 높았다. 소각장과 남해안남중권스포츠파크 추진 과정에서는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했다. 시민 과반이 그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계 무소속'이라는 수식어 뒤에 가려진 4년의 기록이 그것이다.

김문수 위원장의 말을 빌리면 ""윤석열스러운 정치. 갈라치고, 이간질시키고, 자기를 찍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식의 유아독존"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경선이 불공정했으니 그 결과로 나온 후보는 지지할 수 없다. 노관규를 찍는 것이 민주당에 대한 항의이고 경고라고.

그 논리를 따라가 보자. 손훈모가 본선에서 패배한다. 결과는 노관규의 당선이다. 그 서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경선이 불공정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졌다'가 아니라, '민주당이 내부 분열로 졌다'는 이야기가 남는다. 항의는 기록되지 않는다. 결과만 남는다.

2022년에도 그랬다. 민주당 경선 이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본선이 치러졌다. 노관규가 당선됐다. 그때의 선택이 순천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지금 돌아보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관규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노관규의 힘이 아니라, 민주당의 분열이다.

86%의 지지가 살아 있는 땅에서

4월 2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광주·전라 지역의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86%였다. 10명 중 거의 9명이 이재명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전국 선거다. 86%의 지지가 살아 있는 이 땅에서 민주당이 기초단체장 하나를 무소속에게 내준다면, 그것이 전국에 어떤 메시지로 읽힐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민주당의 분열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끊어야 한다.

지금은 손훈모 대 오하근의 경선 시간이 아니다. 그 경선은 이미 끝났다. 민주당 대 무소속의 본선이 기다리고 있다.

오하근에게도 다음이 있다

경선의 상처는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상처가 노관규를 찍는 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본선의 결과는 순천의 4년을 결정한다. 경선의 분노가 4년의 선택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

지금 오하근 지지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두 개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하나는 이렇다. 오하근 지지자들이 경선 이후에도 뭉쳤다. 본선에서 민주당이 이겼다. 그 승리의 기반에 오하근의 조직이 있었다. 순천 정치에서 오하근이라는 이름은 지워지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이렇다. 오하근 지지자들이 이탈했다. 민주당이 졌다. '오하근계가 당을 갈라놓았다'는 이야기가 남는다. 오하근의 다음 정치는 그 무게를 짊어지고 시작해야 한다.

선택과 책임

지금 손훈모를 지지하는 것은 손훈모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오하근의 가치를 지키는 선택이고, 우리가 수십 년 동안 함께 지켜온 이 도시를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전제가 있다. 상처를 봉합하기 위한 손훈모와 김문수 위원장의 노력이다.

경선에서 이긴 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절반에 가까운 오하근 지지자를 품지 못한다면 본선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분열된 채로 치르는 선거에서 이긴 사례는 드물다.

지역위원장은 공천 심사 기구가 아니다. 지역 민주당의 구심점이다. 당원들이 상처받고 일부가 이탈을 선언하는 이 상황에서 지역위원장의 침묵은 방관으로 읽힌다. 오하근 지지자들은 김문수 위원장이 오하근과 함께 싸워온 동료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오하근 지지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말이 나와야 한다.

오하근 지지자들의 몫은 따로 있다. 이 도시를 만들어온 사람들로서, 지금 이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냉정하게 보는 것.

분노는 맞다. 그래도 노관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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