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살 아래 한 여성이 가위를 들고 섰다. 단정한 외모를 생명처럼 여기는 여성 정치인이 머리카락을 내놓는 장면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날 서선란 순천시의원 (가곡·용당·석현·중앙·매곡·향·저전동)은 "전라남도가 순천시민에게 준 수치심이 도를 넘어섰다"고 말하며 삭발 행동을 감행했다. 전남도의 의과대학 공모에서 순천대가 배제될 위기에 처하자, 의원직 임기 내내 지역구에서 들어온 목소리를 더 이상 혼자 삼키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6년, 서 의원은 재선에 도전하며 4년 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공약을 제시했다.
막힌 길 뚫겠다
공약 맨 앞에 놓인 '용당동 교통 흐름 개선'은 그의 지역구 주민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문제다. 아침마다 출근길이 막히고, 퇴근길엔 신호 한 번에 10분을 허비하는 구간. 서 의원은 그 길을 4년간 수없이 걸어 다녔다.
신호체계 조정, 병목 교차로 정비, 단계적 우회 동선 확보. 공약에 담긴 3단계 해법에 '단계적'이라는 표현이 붙은 이유가 있다. 예산을 한 번에 쏟아붓는 발표용 공약이 아니라, 순서를 정해 하나씩 풀어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현장을 알아야 쓸 수 있는 언어다. 보행 안전, 주차 확충, 야간 조명·CCTV, 이른바 '생활 밀착 5대 과제'도 현장을 걸어다니며 찾아낸 과제였다.
숫자가 만든 공약
원도심 공동화 문제를 말하는 정치인은 많다. 그러나 서선란 의원은 숫자를 들고 왔다.
2025년 초, 제293회 임시회 본회의. 서 의원은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직접 인용해 발언을 시작했다. 순천 원도심 중대형 상가 공실률 30.2%, 전남 평균의 두 배. 5년간 원도심 상권 활성화 예산 80억 원인데 작년 한 해 지원된 먹거리 창업은 4개소. 반면 신대천 친수공간 조성에는 단 한 해 만에 150억이 투입됐다.
"도시는 유기체와 같아 한쪽만 성장해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원도심은 단순한 낙후 지역이 아니라 순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품은 공간입니다."
이 비판은 제안으로 이어졌다. 공실 상가를 청년 창업·문화 공간으로 전환하고, 골목상권을 살리자. 그런데 이 제안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없으면 의원의 발언은 연설로 끝난다. 서 의원은 그래서 2025년 10월, 「순천시 지역균형발전 지원 조례」를 대표 발의해 의결시켰다. 지역균형발전위원회 설치, 취약지역 지원 대상 선정, 중장기 로드맵 수립이 담겼다.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물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것을 뒷받침할 제도가 있느냐다. 원도심 되살리기 공약에는 이미 조례가 있다.
관광객 교통비 지원
2025년 11월 25일, 본회의장.
서선란 의원이 단상에 올랐을 때, 그가 꺼낸 아이디어는 꽤 파격적이었다. 순천을 찾는 관광객에게 시내버스와 공영자전거를 무료로 제공하자는 것. 국가정원 방문객은 연 500만 명인데, 순천은 아직도 "차 없이 돌아보기 어려운 도시"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제안이었다.
서 의원은 근거도 가져왔다. 독일의 9유로 티켓은 전국 교통을 한 달간 개방했고, 룩셈부르크는 아예 전국 대중교통을 무료화했다. 경북 청송군은 관광객까지 버스를 무료로 개방한 뒤 이용객이 25% 늘고 경제 파급 효과가 투입 예산의 10배를 넘었다.
의회 안에서 쌓인 것들
삭발 행동 이후, 서 의원은 의회로 돌아갔다. 순천시의회 21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고, 2024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초당적 서명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과 전혀 다른 일이다.
2025년 4월에는 「순천대 사범대학 부속 중학교 설립 촉구 건의안」을 냈다. 순천대가 있는 매곡동·삼산동 지역에 중학교가 부족해 학부모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역 민원이 건의안이 됐다. 2024년 12월에는 「순천시 여론조사 조례」를 의결시켰다. 시가 주요 사업을 추진할 때 시민 의견 수렴 방법을 의무화하고,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한 조례다.
서선란 의원은 철저한 현장중심가다. 서 의원의 의정 방향도 "현장에서 답을 찾는 생활 정치, 데이터와 조례로 결과를 만드는 책임의정, 시민의 이익 앞에서 타협하지 않는 책임 정치"를 추구한다. 눈에 보이는 변화,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서선란의 약속은 4년간의 의정활동의 결과물이기에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