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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전 순천·곡성 국회의원 |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이정현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 그는 9일 SNS를 통해 "1995년 광주시의원 선거 도전에서 시작해 오늘까지 30여 년간 광주·전남에서 아홉 번 도전한다"고 밝혔다.
이정현의 정치 이력에서 빠지지 않는 수식어는 '예산 폭탄'이다. 2014년 7·30 순천·곡성 재보궐선거 당시 "예산 폭탄을 퍼부을 자신이 있다"며 집권 여당의 실세,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정치적 위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선거 결과 서갑원을 누르고 당선됐고, 이후 “예산 폭탄”은 그의 정치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동부뉴스가 이정현 재임기(2014~2020년) 동안의 순천시 세입예산 가운데 국고보조금 7개 연도치를 전수 분석하고 국가 직접시행 SOC 사업을 확인한 결과, '예산 폭탄'에 걸맞는 성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당 집권 3년, 국고보조금 24억 증가
이정현이 새누리당 최고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당 대표로 활동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순천시 국고보조금(최종 추경 기준)은 2,079억 원에서 2,102억 원으로 24억 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증가율로는 1.2%다. 집권 여당 대표가 지역구를 맡았던 3년간의 성적표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예산명세서를 기준으로 이정현이 직접 확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신규 재량 사업을 추리면, 2015년 동천변 저류지 조성 80억 원, 아랫장 환경개선 15억 원, 2016년 고향의 강(동천) 사업 증액 38억 원, 청소년문화의집 건립 15억 원, 잡월드(호남권 직업체험센터) 설계비 10억 원 등이다. 여당 집권 3년을 통틀어 160억~2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50억~70억 원 수준에 머문다.
이정현이 갖고 온 ‘예산 폭탄’이 불발탄이 된 반면, 같은기간 순천시 예산 증가를 견인한 주요항목은 2015년 기초연금 407억원, 영유아보육료 2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예산은 이정현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동시에 증가한 항목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정현의 역할이 ‘증액’보다는 기존 예산을 유지하는 ‘방어’에 가까웠다고 분석한다.
대형 SOC도 이정현 성과 없어
국가가 직접 시행하는 대형 SOC 사업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순천 관련 최대 철도 현안인 전라선 복선전철화·고속화 사업은 2011~2012년 이미 완료됐고, 경전선 전철화(광주~순천)는 2023년에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국도 27호선 보성 벌교~순천 주암 확포장 역시 2004년부터 수십 년간 진행 중인 사업으로, 이정현 이전부터 이미 착공된 계속 사업이었다.
이정현 재임 중 새롭게 시작되거나 그의 정치력으로 추진 속도가 빨라진 대형 사업은 확인되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2016년 10월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상황은 더 극적으로 바뀐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정현은 지역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을 느꼈다. 순천에서는 퇴진 운동이 벌어졌다. 그는 탈당해 무소속이 됐고, 임기 말까지 지역구에서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부터 순천시 국고보조금은 오히려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 2,348억 원(11.7% 증가) 2018년 2,754억 원(17.3% 증가) 2019년 2,886억 원(4.8% 증가), 2020년 4,191억 원(45.3% 증가)으로 2017년부터 임기가 끝난 2020년까지, 국고보조금은 1,843억 원이 늘었다. 증가율 78.5%. 여당 집권기 3년 동안의 증가율 1.2%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다.
이 같은 증가는 2017년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복지 정책에 기인한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2014년 293억 원이던 기초연금은 2018년 491억 원, 2020년 761억 원으로 뛰었다.
또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29억원이 투입된 도시재생뉴딜사업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순천시가 지자체 공모를 통해 확보한 것이었다.
2020년 국고보조금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 19 긴급재난지원금 672억원과 공익직불제 197억 원 때문으로,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동시에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이정현이 추진했던 사업은 일부 삭감되거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잡월드 국비 60억 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절반이 삭감돼 29억 원만 통과됐다.
순천대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유치 역시 19대·20대 국회에서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으나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정현 본인도 2020년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떠나 서울 영등포로 출마했다.
순천시 사업예산에 이정현의 '예산 폭탄'이 없었음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데에는 배경이 있다. 전임 의원 서갑원은 재임 중 노관규 시장과의 갈등으로 지역구 예산을 삭감하고,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예산까지 깎았다.
이정현은 서갑원의 반사이익을 얻어 '예산을 가져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순천 시민에게 각인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출마한 이정현에게 이 이미지는 선거 과정에서 다시 검증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동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