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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피하지 않는 정치인” 김문수에게 순천정치와 6·3 선거를 묻다

2026-04-07 22:39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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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을 피하면 정치인 자격이 없다”

김문수 의원이 2025년3월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삭발을 했다
김문수 의원은 2025년3월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삭발을 했다. 사진=김문수의원 페이스북

김문수 의원을 만난 것은 6월 3일 선거를 두 달 앞둔 4월 초 봄날이었다. 용당동 서선란 시의원 사무실에서 시작된 인터뷰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천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과 열정으로 가득했다.

노관규 순천시장과 순천 정치를 비판할 때면 목소리를 높이진 않았으나 힘이 있었고, 말이 다소 길어질 때는 스스로 잘라내듯 단호한 표현으로 정리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사람의 언어가 아니라, 결론에 도달한 사람이 확신하듯 꺼내는 일종의 선언 같았다.

그 결론은 2024년 4월 10일 순천갑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렸을 것이다. 그해 8월 김문수는 시민들의 제기한 소각장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위 구성을 공개적으로 지원했다. 시의원 25명 중 15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강형구 순천시의회 의장은 상정을 거부했고, 행안부에서 특위 구성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오고 나서도 끝내 회기를 닫아버렸다. 김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2024년 9월 21일 시장과 공무원의 하수인이자 거수기로 전락한 시의원들을 향해 당장 뺏지를 떼라며 강하게 공격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경전선 우회 문제에서 또 다른 충돌이 이어졌다. 노관규 시장은 "100년의 숙원"이라며 사업을 밀어붙였고, 원희룡 장관까지 현장에 불러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경전선 우회 방안이 람사르 습지를 통과해야 하는 탓에 환경부 협의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김 의원실이 국토부와의 직접 통화로 확인해 공개했다. 그 뒤에는 의대 유치 문제에서도 전남도 공모와 공동유치를 주장하며 노관규와 갈등을 이어갔다.

2023년 2월 원희룡 장관이 순천을 찾았다 민주당정부를 비난하는 팻말이 보인다  사진노관규시장 페이스북
2023년 2월 원희룡장관이 순천을 찾았다. 민주당정부를 비난하는 팻말이 보인다. 사진=노관규시장 페이스북

소각장, 경전선 우회, 의대 유치
2024년 순천 정치의 주요 쟁점은 곧 김문수와 노관규의 충돌이었다. 그리고 그 충돌은 한 번도 중간에서 멈춘 적이 없었다.

왜 물러서지 않았을까. 김문수의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시민이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성과를 부풀리고, 의회의 감시를 막는 방식. 그는 이를 정치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 방식을 바꾸기 위해 싸움을 계속해왔다. 싸움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피하지 않은 것이다.

“이 싸움을 피하면 정치인 자격이 없습니다.” 인터뷰 중 나온 이 한 문장이 그가 지낸 순천에서의 2년을 설명하고 있었다.

김문수 의원이 순천정치와 63선거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성진 기자
김문수 의원이 순천정치와 6·3선거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성진 기자

패자가 인정하는 승자

이야기는 숫자로 시작됐다. 기자가 먼저 분석 결과를 꺼냈다. 민주당 순천시장 예비후보 원팀 서약식을 전후해 민주당 지지층 결집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교차분석한 수치였다. 서약식 한 달 전에는 68.9%, 이후에는 76.6%까지 올라왔다는 것. 그리고 하나의 판단을 덧붙였다. "결집도가 80%를 넘으면 노관규를 뒤집을 수 있다."

김 의원은 그 숫자를 받아 이렇게 말했다.
"충분히 승리할 만하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조만간 넘어설 겁니다."

동의였다. 그러나 단순한 긍정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경선의 내부로 들어갔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결집도 수치가 아니라, 그 80% 이상까지 밀어올릴 동력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문제였다.

"내부 경쟁은 당연히 있는 거고, 그걸 컨트롤하는 게 제 역할이죠. 승자는 패자를 일으켜 세우고 끌어안고, 패자도 승자를 축하해주는 수준이 돼야 합니다. 패자들이 인정할 만하게 지금 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판이 공정하면 패자가 핑계댈 여지가 없으니까요."

2023년3월 포스코와이드와 고급리조트 건설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그 이후 진행소식은 없다 사진순천시청
2023년3월 포스코와이드와 고급리조트건설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그 이후 진행소식은 없다. 사진=순천시청

"검사스럽다" 노관규를 설명하는 두 단어

노관규 시장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자 김 의원은 잠깐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꺼낸 단어가 "검사스럽다"였다.

"검사스러운 부분이 실제로 있어요. 윤석열에 김건희, 원희룡을 초대해서 함께 순천의 뭔가를 추진하려고 했잖아요. 물론 독재자들한테도 예산은 따야죠. 근데 초청까지 할 필요는 없거든요."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정당하게, 당당하게 받으면 됩니다. 부당한 건 안 받으면 되고. 그런데 너무 무리해서 뭘 받으려고 하다 보면 독재자들한테 비굴하게 보이고, 그 앞에서 아부를 해야 되는 거거든요. 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봐요. 그런 건 시민들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었다. 태도였다. 김 의원이 열거한 목록은 구체적이었다. 행사장에서 자신의 축사를 식순 맨 뒤로 빼는 것. 반대하는 시민에게 냉대를 표시하는 것. 인사를 할 때 건성으로 딴 데를 보며 거들먹거리는 것. 

"윤석열스러운 정치를 한다는 겁니다. 갈라치고, 이간질시키고, 자기를 찍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식의 유아독존. 그거는 정말 안 됩니다."

2024년11월 소상공인기념행사 김문수의원과 노관규시장이
2024년11월 소상공인의날 행사에 참석한 김문수의원과 노관규시장. 양쪽으로 갈라섰다. 

취업 제안, 뒤집힌 공격

인터뷰 중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가 튀어나왔다. 공격을 공격으로 되받아친 이야기였다.

노관규 측에서 김 의원의 지인에게 취직 제안을 먼저 해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 지인에게 "취직시켜줄 수 있으면 해주라" 말하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노관규 측은 언론을 통해 "김문수가 불법 취업을 요청했다"는 기사를 냈다.

"그 사람들이 먼저 제안을 해놓고, 내가 받으니까 거꾸로 공격해 쓴 거예요."

그는 모 언론사에서 전화가 왔을 때의 순간을 기억했다. "잠깐, 오케이. 근데 노관규 측에서 이걸 먼저 제안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와라." 그 이후 연락이 없었다.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무슨 얘기냐면 용감하게, 할 말을 하면 저쪽이 오히려 쫄거든요. 근데 그걸 무서워서 피하면 저쪽이 신나서 더 공격해요. 우리 시장 후보들한테 그 용기가 필요한 겁니다."

2025년10월 순천시민이 상경해 노관규구속시위를 벌일때 방문한 김문수 의원 언론은 김문수 모습만 잘라내 1인피켓시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2025년10월 순천시민이 상경해 노관규구속시위를 벌일때 방문한 김문수 의원. 언론은 김문수 모습만 잘라내 1인피켓시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순신도 두려움을 이겨냈다" 

시장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독재정권에서도 싸웠던 분들인데, 이 정도 싸움에서 뒤로 빠진다?"

노관규 측 지지자들이 역선택으로 경선에 개입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이 후보들이 현직 시장을 강하게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계산 자체가 틀렸다고 봤다.

"역선택 표가 있더라도 얼마 안 됩니다. 그 두려움에 발목 잡혀서 할 말을 못 하면, 나머지 진짜 민주당 당원 70~80%의 인심을 잃어요. 전략상으로도 실패고, 그게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할 말을 못 하는 정치인은 기본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이순신 장군처럼 전장에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독재정권처럼 감옥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 정도 싸움을 못 한다면…"

그는 말을 잠깐 멈췄다.
"그게 좀 아쉽죠."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어떤 긴 문장보다 무거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을 그었다. "우리 후보들이 노관규보다 자질이 뛰어납니다. 네 명 중 누가 되더라도 이번엔 뭉치기만 하면 이깁니다."


후보 4인 평가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인물 평가로 흘러갔다. "덕담을 좀 해주시죠." 요청이 들어오자 김 의원은 잠시 웃었다. 그리고 말문을 열었다. 덕담인지 평가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언어로.

“오하근 후보는 언변이 굉장히 좋은 편이예요. 경영을 오래 했으니까 리더십과 경영마인드도 있죠. 도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정치 감각도 갖췄어요. 무엇보다 조직력이 제일 강하죠. 대단한 장점입니다.”

“허석 후보는 두뇌가 명석합니다. 공약도 아주 디테일하게 잘 만들었어요. 시민운동을 해서 공적 가치를 중요시합니다. 시장을 하셨으니까 행정경험도 풍부하죠”

“손훈모 후보는 투쟁력이 가장 강합니다. 변호사로서 소각장 문제와 임대 아파트등 약자와 서민들 변론을 많이 한 것이 강점입니다. 법을 바탕으로 노관규 시장과 가장 강하게 투쟁을 했죠”

“서동욱 후보는 앞뒤가 거의 똑 같은 사람. 남이 보는 데서나 안 보는 데서도 일관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의정보고서에 의대 확정이라고 쓴 것은 국정 과제로 채택됐고, 대통령의 공약 이행률이 95%니까 95% 정도의 확률이 있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예요”

"네 명 다 독특해요. 솔직히. 근데 저도 국회의원으로서 네 분을 다 포용할 수 있어야 제가 자격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맞춰가야죠."

김문수는 마지막으로 전과 기록 하나로 사람 전체를 재단하는 방식, 그것을 "조선일보식 사고"라고 불렀다. "사람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공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올바른 판단이죠. 단정적으로 사람을 나쁜 쪽으로 몰아가는 태도는 맞지 않습니다."

지방의회, 시장의 그늘 아래서

대화의 흐름이 지방의회로 옮겨갔을 때, 김 의원의 표정이 달라졌다. 안타까움과 분노가 섞인 표정이었다.

그는 지방공무원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의원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었다. 현재 구조에서 지방의원은 예산도, 인사도, 사무 공간도 모두 시장에게 의존해야 한다. 시장에게 사정해야 사람 하나 보좌할 수 있고, 예산 한 줄 요청할 수 있다. 그는 이것이 굴종을 강요하는 구조라고 봤다.

"국회는 완전히 분리됐잖아요. 예산도 자체적으로 작성해서 요청하면 정부가 주니까 독립성이 보장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지방의원들한테는 그 구조가 없어요. 그러니까 비굴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뼈있는 한마디를 보탰다.
"노관규의 캐비닛이라고 불리는 의원들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게 개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놓은 겁니다. 그러니까 제도를 바꿔야죠."

4월5일 민주당예비후보 2차 원팀서약식이 열렸다 사진김문수의원실
4월5일 민주당예비후보 2차 원팀서약식이 열렸다. 사진=김문수의원실

원팀 문자, 그리고 레임덕

경선 이후가 화제에 올랐다. 경선이 끝나고 나면 낙선 후보들의 이탈과 레임덕이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김 의원은 그 우려를 정면으로 받았다.
"뭉치지 않으면 다시 노관규의 세상입니다. 그대로 살거나, 순천을 떠나거나. 그것 외에 선택지가 없어요. 그걸 아는 분들이 이번에는 더 강하게 뭉칩니다."

그는 이미 구체적인 장치를 설계해두고 있었다. 경선 결과 직후, 낙선 후보들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문자를 보내도록 서약하는 원팀 서약식이다. 선언이 아니라 문자다. 낙선 인사 문자 안에 "민주당 시장 후보를 적극 도와달라"는 문구를 직접 넣어서 발송한다.

"그냥 '뭉치겠습니다' 하고 집에 가는 것과, 지지자들한테 직접 문자를 보내는 건 효과가 완전히 달라요. 저는 문자가 제일 좋다고 봅니다."

당정 협의체 정례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국회의원과 시장이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구조를 만들어 예산과 사업을 함께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민주당 시장이 되면 저도 진짜 여당 국회의원이 됩니다. 그때는 싸울 필요도 없고, 살림 잘해주면서 행사장에서 서로 친절하게 대하는 것, 그게 순천 정치가 바뀌는 시작"이라고 했다.

"난장판이어서 기회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기자가 물었다. 순천 정치의 고질병이 무엇이냐고. 예상 밖의 대답이 나왔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어요."

웃음기가 섞인 말이었다. 그런데 그다음이 달랐다.
"그런데 차라리 난장판이어서, 위기이기 때문에 수술하기 좋습니다. 잘못된 것이 너무 명확하게 보이니까 싸우고 빨리 바꿀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원팀을 구성해 민주당 시장을 만들면 순천 지방선거 잘 치렀다는 평가가 나올 겁니다. 그게 나오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6월 3일이 하나의 전환점입니다. 갈등과 싸움의 정치에서 화합의 정치로. 그런 좋은 문화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정치는 끝내 사람에게 묻는다

한 시간의 인터뷰가 끝났다. 말미에 김문수 의원이 꺼낸 한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6월 3일이 전환점입니다."

1865년 3월, 남북전쟁이 끝나가던 시점에 에이브러햄 링컨은 두 번째 취임 연설을 했다. 4년간 나라를 두 동강 낸 전쟁의 끝자락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도 원한을 품지 말고, 모든 이에게 자애를 베풀며." 그러나 링컨이 그 연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4년 동안 한 번도 싸움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해와 전환점은 싸워서 이긴 자의 언어였다.

김문수는 지난 2년 동안 순천 정치의 갈등 한가운데에 있었다. 소각장 의혹, 경전선 우회, 의대 유치, 순천만국가정원 개막식과 최근 남해안남중권스포츠 파크까지.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정책의 차이를 넘어 권력의 방식과 정치 태도에 대한 충돌이었다.

김 의원은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선 이후 단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은 치열하게 하되, 결과 이후에는 하나로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단결이 가능할 때에만 정권 교체도, 정치 변화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순천 정치는 오랜 갈등과 균열을 반복해왔다. 상대방이 강해서가 아니라 내부 분열로 무너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선거 역시 그 흐름을 이어갈지, 아니면 원팀 정신으로 민주당 순천시장을 만들어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6월 3일은 그 방향을 가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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