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사회/문화 > 문화 기사 제목:

메밀, 들기름, 통들깨 삼총사의 변주곡… 원화리메밀 화순본점

2026-03-03 22:55 | 입력 : 조성진 기자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원화리메밀 화순본점의 들기름메밀면  사진조성진 기자
원화리메밀 화순본점의 들기름메밀면. 사진=조성진 기자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메밀국수는 툭툭 끊기는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아직도 믿고 있다면, 화순 도곡의 원화리메밀 화순본점에 가보자. 이곳의 들기름메밀면은 메밀과 들기름, 통들깨라는 단출한 재료만으로 익숙한 감각을 변주해 나간다.

첫 인상은 단정한 서두에 가깝다. 둥글게 말린 100% 메밀 면발에 통들깨와 김, 잘게 썬 파가 면을 감싸며 무심한 듯 서툴게 분포해 있고, 그 아래에는 간장 베이스 양념이 얇게 깔려 있다. 자극적인 색이나 과장된 고명 대신, 음 하나하나를 또렷이 들려주겠다는 듯한 구성이다.

이 변주곡의 핵심은 100% 메밀 면발의 식감이다. 메밀은 글루텐이 거의 없어 비율이 높을수록 퍼지고 끊어지기 쉽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많은 식당이 밀가루를 섞어 탄성을 보완한다. 원화리메밀은 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메밀 자체로 밀고 나가겠다는 선택이, 면의 결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면은 매끄럽게 휘어지고, 입안에서는 부드러움과 탄성이 번갈아 나타난다. 푸석하게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밀가루 면처럼 과장되지 않은 지점에서, 메밀의 고소함이 길게 이어진다.


맛의 중심축은 메밀·들기름·통들깨, 세 가지가 서로 역할을 나누며 이어지는 합주다. 들기름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향으로 흐름을 잡는다. 첫 젓가락에서는 메밀의 담백한 고소함이 주선율처럼 올라오고, 뒤이어 들기름 향이 그 결을 부드럽게 감싼다. 통들깨는 식감이라는 리듬을 더한다. 면에 묻어온 작은 알갱이가 입안에서 톡 하고 터지며 박자를 만들고, 메밀과 들기름이 쌓아 올린 고소함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인공적인 재료 없이 곡물과 기름, 씨앗만으로 맛의 밀도를 조율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함께 나오는 다시마 식초는 또 하나의 변주다. 소량을 더하면 들기름에서 오는 묵직함이 정리되고, 전체 흐름이 한층 또렷해진다. 다만 메밀의 담백함과 들기름 향, 통들깨 식감만으로도 이미 완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식초는 선택에 가깝다. 기본 구성으로 국수의 대부분을 즐긴 뒤, 마지막 몇 젓가락에서만 식초를 더하면 하나의 곡을 다른 편곡으로 다시 듣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양과 가격은 담담하다. 한 그릇을 비웠을 때 ‘조금 아쉽다’와 ‘충분하다’ 사이에서 멈추는 분량이다. 가격 역시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순메밀 제분과 들기름·통들깨에 들어가는 공정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선이다. 전반적인 인상은 강렬한 한 방을 노린 연주라기보다, 메밀이라는 재료가 낼 수 있는 음역을 차분히 확장해 나가는 한 곡에 가깝다. 화순을 떠올릴 때 온천보다 먼저 들기름 윤기 도는 메밀 면발과 입안에서 튀던 통들깨의 리듬이 떠오른다면, 원화리메밀이 완성한 이 삼총사의 변주곡은 이미 제 몫을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부뉴스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Copyrights ⓒ 동부뉴스 & www.db24.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조성진 기자
댓글 :0
댓글 등록
0/400
  • 작성자명 |2024.11.14 10:30
    이곳은 댓글 작성한 내용이 나오는 자리 입니다.
1 2 3 4 5
헤드라인 기사
사회
앙코르와트 유적을 보는 세 가지 방법.. 평생추억이 되려면?
메밀, 들기름, 통들깨 삼총사의 변주곡… 원화리메밀 화순본점
“문화는 정치보다 깊다” 미국 보수주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마지막 NYT 칼럼
전남 경제, 전국 회복 흐름과 엇갈려…생산·수출 감소로 구조적 한계 드러나
미국 ICE는 어떻게 사람을 ‘데이터’로 체포하는가
노관규 시장의 반도체 구상, 성사 가능성은?
동부뉴스로고

발행인 : 조성진 | 주소 : 전남 순천시 신월큰길 19, 3층 | 대표번호 : 010-9270-9471
편집인 : 조성진,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민재 | 언론사명 : 동부뉴스
등록번호 : 전남, 아00577 | 등록일 : 2025.05.14 | 발행일자 : 20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