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의원(국민의힘·경기 여주시·양평군)이 5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영농형 태양광 재배모델 실증지원 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남 순천에서 재배한 시금치의 생산량은 대조구보다 47.8% 감소했다. 대조구는 태양광 시설 없이 같은 조건으로 농사를 지은 비교용 농지다. 일반 재배지에서 시금치 100kg을 거둘 때 태양광 아래에서는 약 52kg만 수확됐다는 뜻이다.
전국 실증 결과도 29건 가운데 24건(82.8%)에서 생산량이 줄었고, 늘어난 경우는 5건에 그쳤다. 경북 봉화 지황(-55.8%), 경북 상주 포도(-50.2%)에 이어 순천 시금치, 경남 함양 양파(-46.1%), 충남 당진 감자(-44.3%) 등이 감소 폭이 큰 사례로 꼽혔다.
같은 조건서 딸기 13%·상추 29%·시금치 48% 감소…"빛 민감도 차이"
순천은 농식품부가 실증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20년 경기 화성·파주, 전남 보성, 제주와 함께 실증지역으로 선정됐다. 순천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실증은 승주읍 신학리 원예과학원 부지의 하우스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작물을 키워 태양광이 없는 대조구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배 기간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6월까지였다.
이효주 순천시농업기술센터 원예과학팀장은 7일 동부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조구와 비교한 수확량이 딸기 13%, 상추 29%, 시금치는 48%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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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시원예과학원내 비닐하우스 위에 설치된 영농형태양광. 사진=태원시스템 |
세 작물은 같은 시설, 같은 조건에서 재배됐다. 이효주 팀장은 감소 폭이 작물마다 다른 이유로 햇빛을 꼽았다. 그는 "하우스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작물에 빛이 덜 들어간다"며 "시금치는 빛에 예민하다 보니 차이가 더 많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물이 빛에 예민한지 아닌지를 함께 생각하며 결과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한 센터의 추정이다.
딸기는 수확량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품질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이효주 팀장은 "태양광을 설치한 쪽에서는 고품질 딸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며 열매 크기가 작았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현재 해당 시설을 딸기 재배용으로 리모델링하고 있으며, 수확감소량이 가장 적은 딸기를 다시 시범 재배해 한 차례 더 검증할 계획이다. 결과는 내년 봄쯤 나올 것으로 센터는 보고 있다.
벼와 관련해서는 순천대 국용인 교수 연구팀의 연구가 있다. 연구팀이 2022년 한국작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순천에 설치된 100kW 규모·차광률 25%의 영농형 태양광 아래에서 재배한 새청무벼의 10a(약 300평)당 수량은 대조구보다 13% 적었다. 농식품부 실증에서도 전남 영암(-21.4%)과 해남(-21.1%) 등 벼 실증지역 대부분에서 생산량이 줄었다.
"전기료 상계 효과 커"…승주 벼는 "15~20% 감소 예상"
수확량이 줄었는데도 센터는 영농형 태양광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원예과학원 실증시설에서 만든 전기는 전력망에 연결해 파는 것이 아니라 하우스 난방 등에 자체적으로 쓰였다.
이효주 팀장은 "겨울이나 여름에 전기료가 많이 나오는데, 이를 줄여 주는 면에서 수익성 효과가 있다"며 "농가에서 직접 한다면 전기료를 상당 부분 상계해 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면에서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품질 차이도 크게 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기료 절감으로 충분히 상계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득 효과를 수치로 계산한 것은 아니다. 이효주 팀장은 "관공서다 보니 실제로 수익을 내 보지는 못했다"며 "실증 결과는 사실을 바탕으로 적은 것이고, 수익성은 예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센터는 전문 농가가 아니기 때문에, 농가가 더 나은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키우고 수익성까지 따진다면 가능성은 더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순천시가 올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영농형 태양광 실증은 벼와 밭작물 두 갈래다. 수도작(벼)과 밭작물에 각각 50kW, 모두 100kW 규모의 실증단지를 조성한다. 승주읍 농업기술센터 인근에는 벼 실증단지를 만들어 벼 재배를 시작했다.
벼 실증단지는 약 4m 높이의 태양광 구조물 아래에서 이앙기 같은 농기계가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는 6월 모내기 시연회에서 농기계 운행과 영농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져 영농과 발전을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차광률은 벼 생육에 필요한 햇빛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약 30% 수준으로 맞췄고, 생산한 전력은 농업기술센터 공공시설에서 자체 소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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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농업기술센터 영농형 태양광 실증사업장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사진=순천시청 |
벼는 아직 수확 전이다. 이민자 순천시농업기술센터 농업인육성팀장은 "올해 처음 심어 놓기만 한 상황이라 아직 수확은 하지 않았다"며 "기본 데이터로는 15에서 20% 사이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민자 팀장은 "발전 수익이 얼마인지까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기본 데이터에서는 감소율을 보더라도 발전 수익이 높기 때문에 농가 소득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를 짓는 게 의무 사항이어서, 농사가 잘 안 된다고 농사를 짓지 않고 발전만 하면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확대 속도…현장선 "전력망 연결·지침이 먼저"
정부는 영농형 태양광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16일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묵히는 밭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기존 농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생산한 전기를 내보낼 전력망 연결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 이민자 팀장은 "계통 연결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개인은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이나 법인 단위로 하는 사업은 연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개인 농가는 언제 가능할지 확실하지 않고 2030~2031년은 돼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제도 운영 지침도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이민자 팀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기 때문에 농가가 질문을 하더라도 저희가 답변해 줄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며 "설치해 놓은 시설을 보고 싶다고 하면 와서 보시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망 문제는 김선교 의원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농식품부의 '농업·농촌 RE100 실증지원 사업' 대상지 10곳 가운데 예정된 일정 안에 준공한 곳은 1곳뿐이었고, 전남 화순의 2개 사업지는 전력계통 포화로 접속이 불가능해 지난해 6월 사업을 포기했다.
김선교 의원은 "정부가 영농형 태양광의 가능성만 앞세워 확대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실제로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지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태양광 보급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순천시는 일반 재배지와 비교해 작물별 생육과 수확량, 발전량, 차광 영향, 농기계 작업성, 경제성 등을 종합 분석해 지역 맞춤형 표준모델을 마련하고, 농가 보급과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동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