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과 회계사·세무사, 교수, 전직 공무원 등 10명이 20일 동안 순천시 전체 재정을 검사하지만, 과거 결산검사에서 지적했던 문제가 몇 년 뒤 다시 등장하고 있다. 더욱이 전남도 감사에서 대규모 재정상 문제가 적발됐는데도 이후 결산검사의견서에서는 주요 사안 상당수가 구체적인 후속 점검사항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외부 전문가가 수년째 반복해서 결산검사위원으로 선임되고 있는 데다 올해 시의회 결산심사에서는 결산자료의 숫자와 날짜 오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결산검사가 단순히 장부를 맞추는 절차를 넘어 다음 해 예산을 바로잡는 역할까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천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지난 7일 제299회 정례회 제1차 회의를 열고 2025회계연도 결산 승인안과 예비비 지출 승인안을 심사했다. 순천시의 2025회계연도 일반·특별회계 예산현액은 2조837억원이다. 총세입은 2조1,039억원, 총세출은 1조9,533억원이며 결산상 잉여금은 1,506억원이다.
결산검사는 지난 4월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진행됐다. 시의원 3명을 포함한 회계사·세무사 등 모두 10명의 검사위원이 참여했다. 검사 결과 지방보조사업 관리와 세입예산 편성, 세외수입 징수, 성과지표 설정 등 14건의 개선·권고사항이 제시됐다.
서선란 의원 “결산검사위원 구성 객관적이었나”
이날 서선란 의원은 결산검사위원 구성의 객관성과 독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서 의원은 “우리 지역은 학연·지연, 퇴직 공무원 등 여러 인연들이 있다”며 “결산 내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시에 제대로 지적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위원들로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홍두 순천시 회계과장은 관련 조례에 따라 회계사와 세무사, 시의원, 퇴직 공무원 등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추천받고 있다며 “어느 정도 객관성은 확보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결산검사위원 명단을 살펴보면 김태호 회계사는 5년 연속 위촉됐다. 이 기간 3차례 위촉된 위원은 3명, 2차례 위촉된 위원은 8명이다. 5년간 위촉된 25명 가운데 12명이 두 차례 이상 결산검사에 참여했다.
직업별로는 전·현직 시의원이 14명, 전직 공무원이 7명이었으며 회계사와 세무사는 4명이었다. 서 의원은 “결산검사위원 추천 기준을 강화하고 반복 선임되는 위원은 어떤 평가를 거쳐 다시 선정되는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조원대 재정 결산검사 범위, 10명 20일로는 어려워
결산검사가 들여다봐야 할 범위는 세입·세출에 그치지 않는다. 기금과 금고, 재무제표, 공유재산, 이월사업, 보조사업, 주요 정책사업, 성과보고서 등 순천시 재정 전반이 검사 대상이다. 결산검사의견서 역시 계산상 오류와 실제 수지 확인뿐 아니라 재정운영의 합당성과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검사 범위로 정하고 있다.
2022회계연도 결산검사에서는 순천만가든마켓과 순천만잡월드 등에 대한 현장 확인도 진행했다. 당시 검사 일정에는 ‘상부기관 감사 처분 결과 확인’도 포함됐다. 서선란 의원은 “순천시에 수백 건, 수천 건의 사업이 있을 텐데 10명이 20일 동안 활동하고 나온 지적사항이 많지 않다”며 결산검사가 충분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4년간 결산검사의견서에 담긴 개선·권고사항은 2022회계연도 17건, 2023회계연도 18건, 2024회계연도 17건, 2025회계연도 14건이다. 김홍두 회계과장은 결산검사는 행정사무감사와 달리 전문적인 회계 지식을 바탕으로 자산과 채무, 재무제표, 재원 누수 여부 등을 검사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검사위원들의 전문성과 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신뢰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2022년 지적한 성과보고서, 3년 뒤 다시 지적
과거 개선을 요구했던 사항이 다시 지적되고 있어 결산검사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2022회계연도 결산검사에서 검사위원들은 ‘성과보고서 체계 개선 및 지표 설정 합리화 필요’를 개선사항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원인 분석이 부족하고 일부 지표는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목표 미달 원인과 개선방안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사업의 성공 여부나 파급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냈다.
3년 뒤인 2025회계연도 결산검사에서도 ‘예산의 성과보고서 성과지표 설정 및 관리 미흡’이 다시 개선·권고사항에 포함됐다. 일부 성과지표가 정책사업과 연계되지 않거나 정책목표와 맞지 않는 지표를 사용한 사례 등이 지적됐다. 순천시는 2025회계연도 255개 성과지표 가운데 190개를 달성해 74.5%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서선란 의원은 “성과보고서는 예산을 투입해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났고 주민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단순하게 현황 정도를 기재하는 것은 성과보고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홍두 회계과장도 “그 부분은 동의한다”며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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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시의회는 지난 4월 7일 결산검사위원 위촉식을 가졌다. 사진=순천시의회 |
전남도 감사 106억원 재정처분…결산검사는 어떻게 확인했나
결산검사의 실효성을 따져볼 또 하나의 지점은 상급기관 감사에서 드러난 재정 문제를 이후 결산검사에서 어떻게 확인했느냐다. 전남도는 2024년 순천시 정기종합감사에서 97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하고 공무원 14명에 대한 징계와 105명에 대한 훈계, 106억원 규모의 재정상 처분을 요구했다.
전남도 종합감사와 결산검사는 목적과 범위가 달라 감사 지적 97건과 결산검사 개선·권고 건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과거 순천시 결산검사 일정에 ‘상부기관 감사 처분 결과 확인’이 검사내용으로 명시돼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 처분 이후 어떤 후속 확인이 이뤄졌는지는 살펴볼 대목이다.
실제 전남도 감사자료와 2024회계연도 순천시 결산검사의견서를 비교하면 일부 지적사항은 서로 겹친다. 캐릭터 조형물 제작·설치 사업은 결산검사의견서에서도 ‘세출예산 목적 외 사용’ 문제가 지적돼 전남도 감사와 회계상 쟁점이 일부 겹쳤다. 전남도는 이 사업의 계약심사와 일상감사, 감독·준공검사 등에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전남도가 지적한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47억9,040만원 과소부과는 세입과 직접 관련된 사안이지만, 2024회계연도 결산검사의견서 개선·권고사항에서는 이 사안을 직접 후속 점검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
종량제봉투 판매대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남도 감사에서는 2011년부터 2024년 5월까지 종량제봉투와 음식물칩 판매대금이 납입되기 전 3,467건에 걸쳐 조합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된 사실 등을 지적했다. 2024회계연도 결산검사의견서에는 ‘세외수입 미수납액 체납정리 미흡’이 포함돼 있지만, 종량제봉투 판매대금 문제나 전남도 감사 처분의 이행 여부를 직접 확인한 내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서선란 의원은 동부뉴스와의 통화에서 “같은 문제가 왜 반복되는지, 상급기관 감사에서 드러난 재정 문제를 다음 결산에서 제대로 확인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결산검사위원을 어떤 기준으로 선임하고 평가하는지도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2025회계연도 결산검사위원들은 14건의 개선·권고사항을 제시하면서도, 해당 사항을 제외하면 순천시 결산이 지방회계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정하게 표시됐다는 의견을 냈다. 순천시 역시 결산검사위원들이 관련 조례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돼 객관성이 확보돼 있다는 입장이다.
동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