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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전기로 세웠지만…OECD "한국 철강, 낮은 탄소가격이 걸림돌"

2026-07-06 05:35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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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가격 OECD 평균의 4분의 1…"정부 지원도 탈탄소 이행과 연계해야"

6월 10일 열린 광양제철소 전기로 준공식에 김민석 전 총리와 장인화 포스코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6월 17일 열린 광양제철소 전기로 준공식에 김민석 전 총리와 장인화 포스코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지난 6월 17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형 전기로 준공식이 열렸다. 이 설비는 단일 기준 국내 최대 규모로 연간 250만 톤을 생산할 수 있으며, 총 6000억 원이 투입됐다. 새 철광석 대신 고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포스코는 기존 고로 공정보다 탄소 배출을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축사에서 "광양제철소 전기로 준공은 친환경 산업으로 진화하는 철강산업의 미래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보름 뒤인 지난 2일, OECD가 발표한 '2026 한국경제 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6》)는 전혀 다른 현실을 짚었다. 한국 철강산업의 실효 탄소가격, 즉 기업이 탄소 1톤을 배출할 때 실제 부담하는 비용이 톤당 11유로에 불과해 OECD 평균인 48유로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가격 구조가 저탄소 생산으로 전환할 유인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광양 등 산업위기대응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도 탈탄소 이행 조치와 연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거래소 배출권 시장가격은 유럽과 10배 차이

'실효 탄소가격'에는 배출권 거래 가격뿐 아니라 유류에 붙는 세금 등도 함께 포함된다. 이 가운데 배출권 시장가격만 따로 보면 차이는 더 커진다. 한국거래소 배출권(KAU) 시장 가격은 최근까지 톤당 1만 원 안팎에 머물렀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 배출권(EUA)은 톤당 50~100유로(약 7만~15만 원) 수준에서 거래돼 10배 이상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탄소가격이 낮을수록 기업이 당장 부담하는 비용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저탄소 설비에 투자할 유인도 약해진다는 것이 OECD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공공조달 최소 녹색제품 기준에 철강이 아직 포함되지 않은 점도 함께 지적했다. 시장 가격과 공공조달 기준 모두 저탄소 철강 생산을 유도할 만큼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차 철강제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산업 배출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해 업종 가운데 가장 많다. 이 배출량의 대부분은 광양과 포항 두 제철소에서 발생한다.

새 전기로는 다리, 목적지는 아직 멀어

광양시는 철강산업 비중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세계 철강시장 침체와 통상 압박 등의 영향으로 정부로부터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준공된 전기로는 이 지역 지원의 상징적인 성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최종 목표로 가는 과정에 놓인 '다리 기술'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철강 생산 공정에서 탄소를 원천적으로 배출하지 않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이른바 '하이렉스(HyREX)'는 현재 포스코가 개발 중이다. 2028년 시험설비를 가동하고, 2030년까지 연산 30만 톤급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한 뒤, 250만 톤급 상용 설비는 2031년 이후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고로의 단계적 전환도 2036년부터 추진된다. 장인화 회장은 준공식에서 "탈탄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남은 시간이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올해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유럽에 수출할 경우, 국내에서 부담한 탄소 비용과 유럽 배출권 가격의 차액을 사실상 관세처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제도다. 국내 철강업계는 향후 10년 동안 이 제도로 인해 3조 원이 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이렉스가 자리 잡기까지는 최소 5년, 완전한 전환까지는 10년 이상이 남아 있지만, 수출에 따른 탄소 비용 부담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해법은 '배출권 경매 확대'…철강은 여전히 예외

OECD는 광양 철강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친환경 공정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탄소 감축과 기술 혁신의 성과는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누리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비용이 제대로 가격에 반영되기 전까지는 지원을 구체적인 탈탄소 이행 계획과 연계하고, 성과 기준과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낮은 탄소가격의 원인과 해법도 함께 제시했다. 한국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 배출권거래제(K-ETS)를 도입했지만, 2026~2030년 적용되는 4차 계획에서도 전체 배출권의 약 90%를 기업에 무상으로 배분하고 있다. OECD는 무상할당을 줄이고 배출권 경매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시장에서 형성되는 탄소가격도 현실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강산업은 이런 변화에서 상당 부분 예외로 남아 있다. 정부는 철강·정유·석유화학·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높고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업종에 대해서는 4차 계획에서도 세부 업종의 95%에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기로 했다. 나머지 5% 업종의 경매 비중도 10%에서 15%로 소폭 확대하는 데 그친다. 반면 전력 부문은 2030년까지 경매 비중을 50%로 높일 계획이다. OECD가 한국 철강산업의 실효 탄소가격이 OECD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머문다고 지적한 배경에도 이러한 제도적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위기대응지역과 같은 지역·산업 단위 지원은 명확한 종료 시점과 성과 기준을 갖춰야 하며, 특정 산업에 고용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지원을 필요 이상으로 연장하려는 정치적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대응지역 지정의 근거인 「지역산업위기 대응 및 지역경제 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지정 기간을 최대 2년, 연장하더라도 최장 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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