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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관규 31%는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2026-03-26 16:44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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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 보면 실망스럽다.

3월 25일 공표된 KBS광주방송·한국갤럽 여론조사. 1위 무소속 노관규 31%, 2위 더불어민주당 오하근 15%. 두 배 격차. 언론은 “노관규 오차범위 밖 독주”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부 민주당 지자들은 “이번에도 힘들겠구나”라고 고개를 숙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잠깐. 이 숫자를 그대로 읽는 것은 민심의 절반만 보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에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열쇠가 있다.

착시를 걷어내자

노관규가 앞서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민주당 후보가 다섯 명이나 출마해 표가 갈라졌기 때문이다.

오하근 15%, 허석 11%, 서동욱 9%, 손훈모 8%. 이 숫자들을 더하면 43%다. 노관규의 31%보다 12%포인트나 높다. 지금 순천 민심의 과반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다만 그 마음이 다섯 갈래로 나뉘어 있을 뿐이다.

물론 경선이 끝난 뒤 탈락 후보의 지지층 전부가 단일 후보에게 오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그 중 일부는 노관규에게 이동한다.

동부뉴스가 3월 20일 실시된 뉴스토마토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 경선에서 진 후보 지지자 중 노관규에게 이동하는 비율은 약 23.4%(민주당 결집도 76.6%)로 추산된다. (동부뉴스 3월 25일, ‘민주당 후보 결집도 76%...80% 넘으면 순천시장 바뀐다)

이 비율을 이번 KBS 조사 수치에 그대로 적용하면 본선 구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계산할 수 있다. 2위인 오하근 후보의 경우, 동부뉴스 결집도 분석방식대로 시뮬레이션하면 노관규는 37.6%, 오하근은 36.4%로 1.2%p 차이의 사실상 동률 구도가 된다.

이것이 현재 상황이다. 경선이 끝나고 민주당 후보가 1명으로 확정되는 순간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동률은 현실로 된다. 노관규 31%는 민주당이 패배한 결과가 아니라, 민주당 후보가 이기기 위한 출발선이다.

숫자 너머의 진실 하나 더

KBS광주방송·한국갤럽 조사에서 노관규 지지율이 다른 조사보다 높게 나온 데는 조사 방식의 영향도 있다. 한국갤럽이 사용한 전화면접(CATI)은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대화하며 응답을 받는 방식이다. 한국갤럽 조사 응답률은 약 14%대로, 2월 KBC ARS 조사 응답률 6.2%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응답률 차이는 곧 응답자 구성의 차이를 만든다. ARS에서 기계음을 끝까지 듣고 버튼을 눌러 응답을 완료하는 사람은 정치에 강한 관심을 갖고 지지 후보가 어느 정도 정해진 '정치 고관여층'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갤럽의 전화면접은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하기 때문에 평소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 선거에는 참여하지만 여론조사는 좀처럼 응하지 않는 조용한 다수까지 포함할 수 있다.

이 차이가 만들어내는 결과가 있다. 바로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 이다. 사람은 기계와 달리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화할 때 무의식적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답을 하려는 심리가 작동한다. 현직 시장에 대한 강한 비판이나 부정 평가를 조사원에게 직접 말하기가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 결과 현직에 대한 긍정 평가와 지지율이 실제보다 다소 높게 나오는 경향이 생긴다.

현직 시장에 대한 비판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지지 후보 없음·모름" 비율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kbc광주방송 ARS에서 7.8%였던 “없음·모름”이 KBS 전화면접(CATI)에서는 20%로 치솟는다.

이 20%는 노관규의 사람들이 아니다. 아직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민주당 지지도가 70~82%에 달하는 순천에서, 이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동부뉴스가 2~3월 세차례의 여론조사 분석을 통해 민주당 후보 지지층의 결집도가 68.9% →75.5% → 76.6%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더라도, 부동층의 절반 이상은 자연스럽게 민주당 후보 쪽으로 흘러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2022년의 교훈

일부는 2022년을 기억한다. 오하근이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가 노관규에게 졌던 그 선거를. 그래서 "또 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2022년 선거를 정확하게 기억해야 한다. 그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불과 70일 만에 치러졌다. 전국이 민주당의 패배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전국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5곳만 이겼다. 순천의 결과는 민주당의 패배가 아니라 그 시대의 패배였고 민주당 경선후보 분열의 대가였다.

지금은 다르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9%에 달한다. 한국갤럽 최신 조사에서 "지방선거 여당 후보 다수 당선" 기대가 46%로 "야당 후보 다수 당선" 30%를 크게 앞선다. 정치의 바람이 방향을 바꿨다. 2022년의 역풍이 2026년에는 순풍이 됐다.

같은 후보가 같은 상대를 만나도 정치 환경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진다. 이것이 선거의 본질이다.

변화를 원하는 민심은 이미 충분하다

또 하나의 수치를 보자. 3월 20일 뉴스토마토 ARS 조사에서 노관규 시장의 직무 부정 평가는 50.1%다. 절반을 넘겼다.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도 52%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이번엔 바꿔야 한다"는 변화의 에너지가 이미 임계점을 넘고 있다는 신호다. 이 에너지는 지금 경선 후보 다섯 명에게 분산돼 있다. 경선이 끝나고 단 한 명의 이름으로 모이는 순간, 이 에너지는 강력한 선거 동력이 된다.

역설적으로 노관규가 31%를 기록한 이번 KBS 조사는, 민주당이 이 에너지를 얼마나 잘 결집시키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뒤집힐 수 있음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자료다.

조건은 갖춰졌다. 선택이 남았다

민주당이 순천시장을 탈환하기 위한 조건들은 이미 여론조사 숫자 안에 있다.

합산 지지율 43%는 충분하다. 동부뉴스 분석 결집도 76.6%는 이미 동률 구도를 만든다. 이재명 정부의 69% 지지율은 강력한 배경이다. 부동층 20%는 기다리고 있다. 변화를 원하는 민주당 지지층의 에너지는 충전돼 있다.

경선이 본선의 승리를 만든다

경선은 이기기 위해 치르는 것이다. 그러나 경선은 끝이 아니라 본선의 시작이다. 후보와 지지자들이 경선 과정에서 서로에게 입힌 상처는 고스란히 본선으로 이어진다. 탈락 후보 지지자들의 마음이 닫히는 순간, 그들의 발걸음은 투표장에서 멀어지고 손은 다른 곳을 향할 수 있다.

숫자는 냉정하다. 현재 76.6%의 결집도를 80%, 85%로 높이느냐 마느냐가 당락을 결정한다. 그 차이는 정책도 조직도 아니다. 경선을 어떻게 치르느냐, 그 방식 하나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경선이 끝나는 날 저녁, 탈락한 후보가 가장 먼저 당선 후보의 손을 잡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그 장면 하나가 어떤 연설보다, 어떤 선거 전략보다 강하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던 수많은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오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지금은 조건이 갖춰진 선거다. 정치 환경도, 민심의 방향도, 숫자의 구조도 민주당에 불리하지 않다. 이제 남은 것은 지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다.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고, 최종 후보의 편에 서는 것. 그것이 순천 민주당 지지자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 표다.

노관규 31%는 끝이 아니다. 민주당이 하나가 되는 순간, 그 숫자는 출발선이 된다. 결승선은 충분히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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