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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3주의 경제 충격, 호르무즈가 막히면 한국도 흔들린다

2026-03-22 10:03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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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이 지난 3월 9일 중동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재명대통령이 지난 3월 9일 중동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중동에 전쟁이 불붙은 지 어느새 3주가 지났다. 총성은 이란 땅에서 울리고 있지만, 그 충격파는 이미 전 세계 시장과 서민들의 장바구니로 번지고 있다. 특히 중동산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일본을 비롯해, 유럽·신흥국까지 이 전쟁의 경제적 여진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유가, 60달러에서 119달러까지 폭등

전쟁 직전까지 배럴당 6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브렌트유)는 개전 첫날인 3월 2일 118달러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에너지부 장관이 '미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을 호위 중'이라는 허위 게시물을 올려 유가가 일시 87달러까지 내려갔지만, 거짓임이 밝혀지자 즉시 삭제됐고 유가는 다시 반등했다. 3월 19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19달러까지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역시 유가 200달러를 전략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하루 2천만 배럴이 막혔다

이번 전쟁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이 좁은 바닷길로는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30%인 하루 2,030만 배럴이 지나간다. 천연가스(LNG)도 전 세계 공급량의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비료, 플라스틱 원료, 석유화학 제품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전략비축유(SPR)에서 1억 7,200만 배럴을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일본 등 동맹국까지 합하면 전 세계 비축유 4억 배럴이 추가 공급될 예정이지만, 이것은 사실상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하루 최대 200만 배럴로 제한돼 있어, 4억 배럴이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200일이 걸린다. 반면 호르무즈 봉쇄로 매일 사라지는 원유는 그것의 10배다.

한국,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일본은 상당한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의 비축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2~3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한국이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는 '비상 수급 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국제유가 100달러 유지만으로도 한국의 수입 물가와 산업 원가 부담이 급격히 상승한다. 특히 정유·석유화학·항공·운송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미국 국내 상황도 어둡다. 경제학자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포인트 추가 상승한다고 분석한다. 이미 2.5~2.9%대인 CPI가 4%를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금리·공공요금·식품 가격 상승까지 더하면 실제 체감 물가는 훨씬 더 높다.

미국 실물 경제는 전쟁 돌입 이전부터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2025년 4분기 GDP 성장률은 0.7%에 불과했고, 올 2월 고용 지표는 9만 2,000명 감소를 기록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일자리와 성장은 쪼그라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교과서적 조건이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달러는 내리고, 금은 오르고

전쟁과 유가 충격은 달러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석유 거래에 쓰이는 달러 수요가 줄면 달러 가치도 떨어진다. 투자자들은 이미 금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금값은 온스당 1,900달러에서 5,0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전쟁은 이 흐름을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여기에 더해 "위안화로 결제하는 유조선에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겠다" 고 선언했다. 석유 거래에서 달러를 밀어내고 위안화의 지위를 높이는 동시에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전략이다.

러시아·중국은 웃고, 걸프는 운다

이 전쟁의 경제적 이해득실은 나라마다 극명하게 갈린다.

러시아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서 하루 1억 5,00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계속 공급받고 있으며, 5개월치 비축유와 러시아산 대체 수입 경로도 확보해 두고 있다. 수년간 쌓아온 금 보유고 가치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반면 걸프 국가들(UAE·사우디·쿠웨이트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란의 공습으로 석유·가스 생산 시설이 타격을 입었고, 부유층 투자자들이 재산을 들고 대거 탈출하고 있다. 투자 프로젝트는 줄줄이 취소되고 있으며, 지역 경제 전체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유럽도 사정이 나쁘다. 이미 경기 침체 국면에 있는 독일·프랑스·영국은 중동산 에너지 차단으로 에너지 가격이 추가 상승하면 본격적인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쟁 비용만 하루 20억 달러… 미국의 제국 청구서

미국의 이란 전쟁 비용은 하루 약 20억 달러로 추산된다(무기 교체 비용 제외). 개전 20일 만에 이미 최소 500억 달러가 투입됐다. 항공모함 전단 3개, 중동 지역 미군 기지 10여 곳 복구 비용, 방공 레이더 교체(1대당 10억 달러)까지 더하면 청구서는 더욱 불어난다.

트럼프는 이에 더해 차기 예산에서 국방비를 4,000억 달러 추가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올 봄 39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이 미국 재정 위기를 한층 더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들고양이를 자루에 가둔 꼴"

전문가들은 이 전쟁의 본질적 딜레마를 이렇게 요약한다. 미국은 폭격으로 빠른 항복을 원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줘 미국이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손실은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더 크게 감당하는 구조다.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유가 폭등과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은 트럼프에게 심각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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