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순천시의회에서는 그 가격을 둘러싼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200억원이다.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떨어졌을 때 차액을 지원해 농가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마련한 돈이다. 하지만 최근 4년 동안 실제 농가에 지급된 금액은 네 차례, 12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300만원이 지급됐고 올해는 지원 대상이 없었다.
김재진 의원은 "200억원을 조성했는데 지난해 300만원이 지출된 것은 기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그 이유를 물었다. 정영석 순천시 농업정책과장은 가격이 일정 수준까지 떨어져야 기금이 작동하는 현행 기준을 설명하며 발동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답했다.
200억원과 300만원의 간극은 결국 기금을 언제, 어떤 기준으로 쓸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졌다.
장인재 순천시 농업정책팀장은 동부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5년 가격 가운데 최고·최저가격을 제외한 3년 평균으로 평년가격을 산출하고, 현재 적용하는 80% 기준을 9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이 지금처럼 큰 폭으로 떨어져야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금 덜 하락하더라도 지원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조례 개정을 준비하는 이복남 의원은 범위를 조금 더 넓혀 보고 있다. 시가 검토하는 90%안뿐 아니라 평균가격 산정기간을 5년으로 할지 3년으로 할지, 지원품목을 확대할 수 있는지 등을 농민단체와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생산비 문제도 있다. 이 의원은 "실제 농산물을 경작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비와 인건비들이 있을 것 아니냐"며 "이런 것까지 같이 포함해보자"고 말했다. 판매가격뿐 아니라 농사를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함께 살펴보자는 취지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5월 발표한 '2025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에서 전국 농가의 연평균 농업소득은 1170만7000원이었다. 농업총수입에서 재료비와 노무비, 각종 경비 등 농업경영비를 빼고 농업에서 얻은 소득이다. 농업경영비는 2820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었고, 이 가운데 노무비는 10.8% 증가했다.
농산물 가격만으로 농가의 사정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생산비를 가격안정기금의 기준에 곧바로 넣기도 쉽지 않다. 순천시는 농가마다 다른 생산비와 인건비를 하나의 객관적인 기준으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다른 지역의 실제 운영사례를 확인해 순천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지 더 살펴보겠다고 했다.
지원기준을 완화하는 것만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시민의 세금인 만큼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김재진 의원은 진보당, 이복남 의원은 조국혁신당 소속이다. 장인재 팀장은 순천시 공무원이다. 생산비 반영처럼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의견도 같지 않다.
이복남 의원은 농민들과 의견을 더 나누고 다른 지역 사례를 확인해 가능하면 올해 안에 조례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기금운용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80이 90이 될지, 5년이 3년이 될지, 생산비가 최종 조례에 담길지는 그 과정에서 결정된다.
추석 밥상에서
추석 밥상에 오르는 농산물에는 모두 가격이 있다. 그러나 그 가격표에는 농부가 논물을 보러 나간 시간도, 한여름 밭에서 흘린 땀도 적혀 있지 않다. 비료값과 인건비가 올라도 시장가격이 그만큼 오르리라는 보장도 없다.
순천시 조례는 가격안정기금의 목적을 '농가경제의 안정과 영농의욕 고취'라고 적고 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농민에게는 올해 농사를 마치고 내년에도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 지점에서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일이 만난다. 김재진 의원은 200억원이 왜 제대로 쓰이지 못했는지를 짚었고, 장인재 팀장은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준을 찾고 있다. 이복남 의원은 그 기준에 농민의 현실을 더 담을 방법을 찾고 있다. 정당도 다르고 맡은 일도 다르며, 구체적인 방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같은 200억원이다. 추석이 지나면 농민들은 다시 논과 밭으로 나간다. 이제 다시 농사지을 사람들에게 200억원이 닿을 길을 찾고 있다.
동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