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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서해구에 위치한 한국환경공단 본사. 사진=한국환경공단 |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순천시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비해 특정 기관 한 곳을 정하고 별도의 유치활동에 나섰다. 순천을 비롯한 전남 동부권 7개 시·군이 26개 공공기관의 동부권 이전을 공동 요구하는 것과 별개로, 순천시는 자체적으로 한 기관을 특정해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7일 열린 순천시의회 제299회 제1차 정례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조홍균 순천시 기획과장은 전남광주 동부권상생협의회 차원에서 26개 기관의 전남 동부권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천·여수·광양 등 7개 시·군이 각자 유치가 아니라 공동으로 26개 기관 동부권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홍균 과장은 이어서 "순천시에서 제안한 곳은 20개 기관이지만 특별하게 한 군데를 딱 찍었다"며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 나가면서 별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가 자체적으로 유치활동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히긴 했지만, 해당 기관의 명칭이나 구체적인 협의 진행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본사만 1400여명…한국환경공단 놓고 전국 유치전
손훈모 순천시장은 지난 9일 광양만권 투자협약 체결식에서 “생태도시의 강점에 방위산업 등 미래 신산업을 더해 미래경제 중심도시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 시장이 제시한 ‘생태도시’와 ‘미래 신산업’을 기준으로 보면 환경·탄소중립 분야와 산업기술·기업지원 분야가 순천의 산업정책과 맞닿아 있다. 이 가운데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각각 해당 분야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동부뉴스 취재 결과 순천시가 두 기관 가운데 한 곳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환경공단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여러 지자체가 유치 대상으로 거론하는 기관 가운데 하나다. 충북과 충남, 광주·전남, 대구, 경남 등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 서해구에 있는 환경공단 본사에는 1,4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체 인력은 3천 명을 훌쩍 넘는다. 2026년 2분기 경영공시 기준으로 임직원 3,271명과 기간제 근로자 등을 합친 직접고용 인력은 3,605명이다.
사업 규모도 상당하다. 2025년 고유사업 매출액은 약 1조9,4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60억원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약 690억원이다. 다만 매출액 1조9,400억원은 공단이 전국에서 수행하는 사업 전체 규모로, 본사가 이전하는 지역에 직접 투입되는 사업비와는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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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훈모 순천시장이 9일 광양만권 투자협약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순천시 |
환경공단, 여수·광양 산업과도 연결
한국환경공단의 주요 업무는 대기·온실가스 관리와 물환경 관리, 자원순환 등이다. 2024년도 경영실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공단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과 전기자동차 활성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24년 온실가스 감축설비 지원을 통한 감축실적은 8만7,945톤, 전기자동차 활성화를 통한 감축실적은 17만4,134톤으로 집계됐다.
물환경 분야에서는 하수도 기술지원과 도시침수 대응사업 등을 수행하고, 자원순환 분야에서는 폐전기·전자제품 회수·재활용과 포장재 재활용, 바이오가스·폐자원에너지 관련 사업 등을 맡고 있다.
이 같은 대기·수질 관리와 온실가스 감축, 폐기물·자원순환 사업은 여수의 석유화학산업과 광양의 철강·소재산업이 당면한 탄소중립·환경 분야와도 연결된다.
기업지원 기능도 있다. 경영실적평가보고서는 공단이 지역 환경현안을 발굴하고 중소기업 기술개발 시범제품에 대한 구매의향 조사 등을 통해 25개 중소기업에 바이어를 연결했다고 평가했다. 기술개발 시범제품과 기술마켓 제품 목록을 구축해 수출계약을 지원한 실적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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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공단 유치가 단순히 본사와 직원의 순천 이전에 그치지 않고 광양만권 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KIAT는 첨단소재·방산 등 기업지원과 접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산업기술 정책과 연구개발 사업화, 산업기술 인력양성, 지역산업 및 소재·부품산업 지원 등을 수행한다.
이 같은 기능은 순천시가 민선 9기 들어 추진하고 있는 첨단소재와 방위산업 등 미래산업 육성정책과 맞닿아 있다. 순천시는 해룡산단 인근 방산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한편 경제자유구역청에 해룡2-2 일반산업단지의 조기 개발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 여수 소노캄에서 열린 광양만권 투자협약 체결식에서는 지역기업인 ㈜위드피에스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위드피에스는 다기능 레이더와 요격미사일 등에 사용되는 특수발전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손 시장은 이 자리에서 “민선 9기에는 순천·광양·여수가 각각 특화산업을 발굴·육성하고 서로 연대하여 동부권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KIAT가 방위산업을 전담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소재·부품산업 지원과 연구개발 사업화, 기업지원·인력양성 기능은 순천시가 추진하는 방산·첨단소재 산업의 기업 생태계 조성과 접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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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강남구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 입주해있다. 사진=네이버지도 |
‘혁신도시 중심 집적’…순천 유치전 최대 변수
문제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원칙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방안에서 △수도권 잔류 최소화 △기존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 △지역 대학·산업 연계 △자족적 정주기반 확충 △속도감 있는 이전 등 5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순천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문턱은 ‘기존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다.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에 따르면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전남에 지정된 곳은 나주시 빛가람동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유일하다.
동부권에서는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소외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 4일 열린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대응 여수시 민관협의회’에서도 참석자들은 1차 이전이 혁신도시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전남 동부권이 이전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철순 전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7일 ‘전남광주 2차 공공 이전 약속 이행 촉구 시민결의대회’에서 기관을 지역별로 나눠 갖기보다 관련 기능을 한곳에 집적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전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장 전 연구위원은 특히 유치 기관 숫자보다 직원과 가족이 실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택 등 구체적인 정주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1차 이전 이후 상대적으로 큰 이전 효과를 냈다는 내부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언급했지만, 해당 연구 결과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는 아니라고 밝혔다.
순천의 카드는 ‘광양만권 산업연계’
혁신도시가 없는 순천시는 여수·광양과 연결된 광양만권 산업기반을 공공기관 유치 논리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광양만권에서는 이 같은 산업연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지난 9일 여수에서 열린 광양만권 투자협약 체결식에서 “에너지와 해상풍력, 플랜트와 방산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광양만권의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손훈모 순천시장과 서영학 여수시장도 참석했다.
광양경제자유구역청도 최근 ‘광양만권 발전계획’ 재정비에 나서면서 여수·순천·광양과 하동 등 권역별 산업기반을 발전전략에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환경공단의 경우 순천의 생태·환경정책뿐 아니라 여수 석유화학과 광양 철강·소재산업의 환경·탄소중립 수요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것이 유치 논리가 될 수 있다. KIAT 역시 순천의 첨단소재·방산산업과 광양만권 제조업을 지역산업 지원, 연구개발 사업화, 인력양성 기능과 연결하는 접점이 있다.
정부가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 배치를 원칙으로 제시한 만큼 순천의 ‘한 곳 집중유치’는 광양만권 산업연계가 비혁신도시 배치의 근거로 얼마나 인정받느냐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이전지역은 소관 부처 검토와 지방시대위원회 이전특위 논의를 거쳐 올해 4분기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동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