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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섬박람회, 입이 먼저 설렌다…바다가 차린 ‘61일의 밥상’

2026-08-26 11:25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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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 즐기는 여수 10미부터 1,300석 ‘섬의 밥상’, 명장 쿠킹쇼까지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한여름 여수 앞바다를 주름잡던 갯장어가 맛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은빛 전어가 식탁에 오른다. 9월이면 뜨거운 육수에 살짝 담갔다 건져 먹는 갯장어의 부드러운 살맛에, 불 위에서 지글거리며 고소한 기름을 내뿜는 전어가 가세한다. 여름의 끝맛과 가을의 첫맛을 한 밥상에서 만날 수 있는 시기다.

그 곁에는 막걸리 식초의 산미를 품은 서대회무침과 짭조름한 게장, 톡 쏘는 돌산갓김치가 자리를 잡는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재료에 발효와 삭힘, 무침과 구이라는 남도의 조리법이 더해지면서 여수만의 맛이 완성된다.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61일간 열리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공교롭게도 여수의 밥상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과 겹친다. 돌산 진모지구와 여수세계박람회장, 개도·금오도를 둘러보는 일정에 ‘오늘은 어떤 맛을 만날까’라는 행복한 고민 하나를 더하면 섬박람회는 또 하나의 미식 여행이 된다.

여수 시내에서 제철을 맞은 바다의 맛을 만나고, 돌산 주행사장으로 들어서면 1,300석 규모의 ‘섬의 밥상’이 기다린다. 명장들의 쿠킹쇼에서는 여수의 식재료가 새로운 요리로 변신하고, 10월에는 김밥과 소금, 섬 음식을 주제로 한 축제가 미식 동선을 이어간다. 섬을 따라 움직이는 발걸음만큼이나 입도 바빠지는 61일이다.

바다가 차려주는 계절의 밥상

박람회장으로 향하기 전 여수의 맛부터 제대로 만나고 싶다면 제철 음식이 출발점이다.
여수의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는 갯장어다. 7~8월의 갯장어가 담백하면서 탄력 있는 살맛을 자랑한다면, 9월에는 먹이활동으로 살이 오르고 지방감이 더해져 한층 부드럽고 깊어진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여수에서는 흔히 일본말에서 유래한 ‘하모’라고도 부른다. 잔가시가 많은 생선이라 칼질이 맛을 좌우한다. 촘촘하게 칼집을 넣은 살을 뜨거운 육수에 잠깐 담그면 오므라들었던 살이 하얀 꽃처럼 벌어진다. 너무 오래 익히면 퍽퍽해지고, 너무 빨리 건지면 특유의 탄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불과 몇 초 사이에 가장 좋은 익힘을 찾아야 하는 음식이다. 알맞게 익힌 갯장어 한 점을 양파나 부추와 곁들이면 담백한 살맛 뒤로 은근한 단맛이 따라온다. 회로 먹으면 탄력 있는 살을 씹을수록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난다.

여수 10미
여수 10미

갯장어가 여름의 끝맛을 보여준다면 전어는 가을이 왔음을 입맛으로 알린다. 전어는 살맛 못지않게 지방에서 오는 고소함을 즐기는 생선이다. 수온이 내려가면서 살이 차오르고 지방이 붙으면 회에서는 씹을수록 풍미가 짙어지고, 불에 올리면 또 다른 맛을 낸다. 껍질 아래 지방이 녹아 숯불이나 석쇠 위로 떨어질 때 피어오르는 연기와 구수한 냄새까지 전어구이 맛의 일부다.

섬박람회가 열리는 9월부터 11월 초까지는 이렇게 여수의 밥상이 여름에서 가을로 옮겨가는 시간이다. 방문 시기에 따라 제철의 주인공도 조금씩 달라진다.

생선의 제철이 여수 밥상의 시간을 보여준다면, 서대회무침과 게장, 갓김치는 여수 사람들이 바다의 재료를 어떻게 먹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여자만과 봇돌바다 등 여수 연안에서 잡히는 서대는 살이 담백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여수식 서대회의 개성은 생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의 산미와 매콤달콤한 양념, 채소의 아삭함이 부드러운 서대살과 어우러지면서 담백한 생선에 선명한 맛을 입힌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따뜻한 밥과 만나면 성격이 달라진다. 밥의 온기가 식초의 날카로운 신맛을 한 번 누르고, 양념과 서대살이 밥알 사이로 스며든다. 생선회이면서 동시에 든든한 한 끼가 되는 남도식 회무침의 매력이다.

게장백반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바다를 밥상에 붙잡아 놓는다. 게의 감칠맛에 간장이나 양념의 짠맛과 단맛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밥으로 손이 간다. 여기에 갓김치 한 줄기를 올리면 맛의 방향이 다시 바뀐다. 돌산의 해풍을 맞고 자란 갓 특유의 알싸함과 발효에서 오는 산미가 게장의 묵직한 감칠맛을 산뜻하게 끊어준다.

생선의 선도와 제철에 발효와 숙성, 산미와 불맛이 더해지는 것이 여수 음식의 특징이다. 여수시가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여수 10미’도 돌산갓김치와 게장백반, 서대회, 여수한정식, 갯장어회·샤부샤부, 굴구이, 장어구이·탕, 갈치조림, 새조개 샤부샤부, 전어회·구이로 구성돼 있다. 계절에 따라 밥상의 주인공은 달라져도 대부분 여수의 바다와 맞닿아 있다.

박람회 기간에는 이런 여수의 맛을 조금 더 부담 없이 찾아볼 수 있다. 여수시는 지역 특산물과 대표 음식을 취급하는 음식점 100곳을 모집해 입장권 소지 방문객에게 5~10%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여수 앞바다에서 세계의 섬으로…1,300석 ‘섬의 밥상’

시내에서 여수의 오래된 맛을 만났다면 다음 식탁은 돌산 주행사장 안에 차려진다.
박람회장으로 들어서면 음식의 지도도 여수 앞바다에서 세계의 섬으로 넓어진다. 주행사장 식음공간의 콘셉트는 ‘바다와 섬의 밥상’. 1,300여 석 규모의 식당에서 여수와 국내 연안 음식뿐 아니라 태평양과 인도양, 지중해 섬·연안지역의 음식문화까지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지역 메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음식은 갓육회비빔밥과 여수섬갓삼계탕이다. 둘 다 여수의 상징적인 식재료인 ‘갓’을 익숙한 음식에 접목했다. 육회비빔밥에서는 고기의 부드럽고 묵직한 맛 사이로 갓 특유의 알싸함이 파고들고, 삼계탕에서는 닭과 육수가 만들어내는 진한 맛에 갓의 향과 산미가 변주를 준다. 전통적인 여수 음식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지역 식재료를 현대적인 한 끼로 풀어낸 메뉴다.

여수의 밥상 옆에는 양고기 케밥과 탄두리치킨 등 다른 섬·연안 문화권에서 착안한 음식들이 오른다. 숯과 향신료 향이 강한 육류 요리와 해산물·발효 음식이 발달한 여수의 식탁을 한 공간에서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진 지역들이 저마다 어떤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자신들만의 밥상을 만들어왔는지를 음식으로 만날 수 있다.

식음시설 운영은 아모제푸드가 맡는다.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비롯해 2014인천아시안게임, 2018평창동계올림픽,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대규모 국제행사의 식음시설을 운영한 업체다.


‘먹는 음식’에서 ‘보는 음식’으로…명장의 칼끝에서 달라지는 여수의 제철 생선

‘섬의 밥상’에서 한 끼를 즐겼다면 이번에는 식재료가 요리로 변하는 과정을 눈앞에서 만날 차례다. 박람회 기간 열리는 ‘여수 섬 쿠킹쇼’에서는 이원일 셰프와 안유성 조리명장이 여수의 제철 식재료를 즉석에서 요리한다.

안유성 명장은 대한민국 제16대 조리명장으로 광주에서 일식당 ‘가매일식’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남도의 수산물을 요리해온 조리인이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를 통해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이원일 셰프 역시 한식과 지역 식재료를 대중적인 메뉴로 풀어내는 데 익숙한 요리사다.

같은 생선이라도 조리사의 칼과 불을 만나면 맛의 방향은 달라진다. 갯장어처럼 잔가시가 많은 생선은 칼집의 간격에 따라 식감이 달라지고, 전어는 회로 써느냐 불에 굽느냐에 따라 지방의 풍미가 전혀 다르게 살아난다. 서대처럼 담백한 생선은 어떤 산미와 채소를 곁들이느냐에 따라 맛의 중심이 달라진다.

시장과 횟집에서 익숙하게 보던 여수의 제철 식재료가 두 사람의 칼질과 불, 소스와 곁들임을 거쳐 어떤 음식으로 다시 태어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쿠킹쇼의 묘미다. 여수의 맛을 ‘먹는 경험’에서 ‘보고 이해하는 경험’으로 넓혀준다.

김밥에 들어간 바다

10월에 여수를 찾는다면 박람회와 연계해 열리는 음식축제를 만날 수 있다.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여수엑스포박람회장에서는 ‘2026 전남광주 세계 김밥&소금 페스티벌’이 열린다. 김밥과 소금은 언뜻 어색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모두 바다에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여수와 남도의 수산물, 채소, 젓갈과 각종 식재료를 더하면 한 줄의 김밥 안에 지역의 식문화가 쏘옥 들어간다.

축제에서는 김밥·소금 역사 전시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김밥 시식, 세계 김밥 경연대회, 천일염 체험 등이 펼쳐진다. 행사장은 김밥존·천일염존·공연존·마켓존·힐링존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10월 말에 방문하는 여행객을 위해서는 섬 음식 전시·시식과 푸드쇼, 음식체험 등을 포함한 ‘여수 섬 음식 축제’도 마련돼 있다. 다만 행사 일정은 변동될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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