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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열린 순천시의회 행자위에서 황선숙 순천시보건소장이 이영란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순천시의회 |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순천의 오랜 숙원인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들어오면 지역 의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순천시의회에서 이에 대한 진단이 나왔다. 대학병원이 지역 의료체계에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현재 순천은 병상 수 자체보다 외상·소아응급·배후진료 등 필수의료 기능의 공백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열린 순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의대·대학병원 유치뿐 아니라 응급의료 배후진료 공백과 필수의료지원재단 설립 보류, 보건지소 의사 부족 등 순천 의료체계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잇따라 도마에 올랐다. 특히 황선숙 순천시보건소장은 대학병원 유치 필요성과 별개로 새 병원이 기존 의료체계와 공존하면서 교육·수련병원으로 자리 잡기까지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병원이 먼저, 의대는 그다음”…대학병원 안착에 10년
이영란 의원은 대학병원이 들어설 경우 현재 순천의 의료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순천의 가장 큰 이슈가 의대 유치”라면서도 “병원이나 의대가 들어와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천에는 700병상 가까운 성가롤로병원을 비롯해 순천의료원과 한국병원 등 기존 의료기관이 있다”며 “대학병원이 들어왔을 때 기존 의료체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병원 유치만으로 지역 의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넘어 기존 종합병원과의 역할 분담, 의료인력 확보, 환자 쏠림과 병상 운영 등 지역 의료생태계 전반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황선숙 소장도 “현재 순천의 병상 수는 인구 대비 많은 편”이라며 대학병원 신설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황 소장은 “복지부에서도 순천뿐 아니라 광양·여수 등 전남지역의 병상 수가 많다고 보고 병상 제한지역으로 묶고 있다”며 “대학병원은 상당한 규모의 병상과 수련 여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남은 정부의 병상수급 관리정책에 따라 병상 공급 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대규모 대학병원 신설을 위해서는 건물과 병상 확보뿐 아니라 기존 병상과 의료수요, 의료인력 수급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황 소장은 재정난과 전문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분원 성격이 짙은 충남대학교 세종병원 사례도 언급하며 “목포나 순천은 바닥에서 시작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세밀한 검토를 거쳐 상당 기간 협의해야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미희 의원의 질의에서도 “의대생들이 와서 제대로 교육받으려면 기본적으로 병원이 먼저 안착해야 한다”며 “제 생각에는 10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련하는 학생들이 다양한 환자 사례를 보고 배우고, 이를 가르칠 교수진도 육성돼야 한다”며 “먼저 병원이 있어야 하고 의대가 그다음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학병원이 일반 대형병원과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려면 충분한 환자와 진료과목은 물론 전문의와 교수진, 연구·교육 기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성가롤로병원도 전공의 확보난…“지역 상황 상당히 열악”
병원을 세우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는 의료진 확보다. 황 소장은 성가롤로병원의 수련 현황을 예로 들며 “현재 성가롤로병원이 정형외과와 내과 수련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며 “병원에서는 수련시키겠다고 해도 의사들이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7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지역의사제에도 기대를 나타냈지만 당장 의료인력 부족을 해소할 대책은 아니라고 봤다. 지역의사제로 입학한 학생 역시 의대 교육과 수련을 거쳐 전문 의료인력으로 활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 소장은 “지역의 상황은 상당히 열악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대학병원이 들어서더라도 건물과 병상만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환자를 진료할 전문의와 전공의, 학생을 가르칠 교수진, 중증환자를 맡을 세부 전문과목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
순천의 진짜 의료 공백은 ‘배후진료’
황 소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외상과 소아응급, 응급실 이후 환자를 책임질 ‘배후진료’ 부족이다. 황 소장은 “순천에 정말 부족한 것이 외상 분야”라며 “외상센터 자체를 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변에 산업단지가 많은 만큼 일반 외상환자에 대한 치료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응급의료도 취약 분야로 꼽았다. 황 소장은 “현재 6개월 이하 소아응급환자는 제대로 진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어린 영아는 정맥주사를 위한 혈관 확보부터 성인보다 어렵고, 소아내과·소아심장·소아외과 등 세부 전문과목의 후속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역에서 이를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황 소장은 “소아청소년과가 있다고 해서 모든 소아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배후진료가 없다 보니 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응급의료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황 소장은 “성가롤로병원 응급의학과 의사가 16명이고 전남대병원은 13명”이라며 “그런데도 순천에서 환자 전원이 많은 것은 배후진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 초기 처치를 하더라도 이후 수술이나 입원치료를 맡을 전문 진료과가 없으면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는 보는데 그 이후의 배후진료를 할 수 없으니 계속 잡고 있을 수가 없다”며 “이 부분을 개선해야 응급의료도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순천 의료의 취약점이 단순한 ‘병상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응급실에서 받은 뒤 수술·입원·회복까지 책임질 세부 전문진료 체계의 부족에 있다는 진단이다.
재활의학과도 상황은 비슷하다. 황 소장은 “성가롤로병원에 재활의학과 의사가 두 분 있었는데 한 분이 떠난 뒤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순천·여수·광양을 하나의 의료권으로 접근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일을 하면서 순천·여수·광양은 의료 분야에서 정말 통합돼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며 “3개 시가 의료체계를 함께 구축했다면 상황이 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별 도시마다 모든 진료과와 전문의를 갖추기 어려운 만큼 광양만권을 하나의 의료생활권으로 묶어 중증·응급·외상·소아 등 필수의료 기능을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순천필수의료지원재단 보류…“30억 중 인건비만 15억”
순천시가 추진했던 ‘순천필수의료지원재단’ 설립이 보류된 배경도 공개됐다. 최미희 의원이 당초 추진했던 재단 설립 계획이 이번 업무보고에서 빠진 이유를 묻자 황 소장은 “당초 필수의료지원재단을 만들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생각이었다”면서도 비용과 인력 문제를 검토한 결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황 소장에 따르면 재단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은 20명 수준이다. 30억원을 출연하더라도 약 15억원이 인건비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황 소장은 “이게 과연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단을 운영하는 것보다 의료현장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합특별시 출범도 재검토의 이유가 됐다. 그는 “통합특별법에 재단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 시 단위보다 특별시 차원에서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예산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전문인력 확보도 쉽지 않았다. 황 소장은 “전문의를 모셔보려고 상당히 많은 분과 접촉했지만 오실 분이 단 한 분도 없었다”며 “사무국장을 맡을 사람조차 구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조직을 만드는 데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다시 따져보겠다는 판단이다.
순천에도 창고형약국?…“기미 보이지만 반대”
최근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창고형약국’ 문제도 거론됐다. 장경원 행자위 위원장이 창고형약국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황 소장은 “저는 사실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시민들이 의약품을 손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의약품은 오남용 가능성이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순천 약사회에서도 창고형약국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며 “순천에서도 살짝 그런 기미가 하나 보이는데 시에서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약국 본연의 역할과 환자들의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상당기간 공중보건의 확보 쉽지 않을 것”
농촌지역 의료를 담당하는 보건지소의 의사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이향기 의원은 순천지역 보건지소 9곳 가운데 일반 의사가 배치된 곳이 외서·상사보건지소 두 곳에 불과한 점을 지적했다. 박미란 보건의료과장은 “일반 의과는 외서와 상사보건지소에 배치돼 있고 한의사는 6곳, 치과의사는 3곳에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공중보건의 부족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긴 복무기간을 지목했다. 박 과장이 공중보건의 복무기간을 36개월이라고 설명하자 이 의원은 “일반 병역보다 복무기간이 훨씬 길다”며 “복무기간을 줄인다면 지원자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순천시에서도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황 소장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라고 봤다. 최근 의정갈등 과정에서 의대생 상당수가 현역 입대를 선택한 점을 거론하며 “앞으로 상당 기간 공중보건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순천시는 이에 따라 일정한 진료교육을 받은 보건진료직 인력을 보건지소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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