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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철 순천시의회의장 |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지난 16일 순천시의회는 전남광주 대전환기획위원회의 편파적인 의대 배치안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시의회는 "대전환기획위원회가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양 대학의 자율 협의를 보장하고 그 결과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이 입장문은 순천시의회 의원 25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해 채택됐다.
시의회는 전남 동부권의 열악한 의료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학병원 설립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다만 대학 통합과 국립의대 배치는 인구 규모와 의료 수요, 응급·중증의료 접근성, 산업구조, 재정 타당성,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과 지속가능성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충분한 공론화와 검증을 거쳐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전환기획위원회는 충분한 의견 수렴과 객관적 검토 없이 촉박한 기한을 정해 동의를 압박했고, 순천대는 교수평의회와 총학생회 등 대학 구성원, 지역 의료계와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이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고 시의회는 설명했다.
김문수 국회의원과 순천시 입장과는 다른 내용의 입장문이 어떻게 시의원 전원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지난 19일 만난 유영철 순천시의회 의장은 그 문장이 완성되기까지의 열흘을, 잠을 설친 새벽과 마음을 졸이며 이어간 수많은 통화의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병원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발단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대전환기획위원회가 내놓은 「국립의대 신설 및 지원방안 최종 절충안」이었다. 서부권에는 통합대학 본부와 의과대학을 두고, 동부권에는 대학병원만 배치한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보면 병원이라도 확보하는 만큼 절반의 성과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순천시의회의 판단은 달랐다. 대학 본부와 의과대학은 예산과 인사, 교육·연구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기반이다. 이 기능이 서부권에 집중되면 동부권은 병상만 갖춘 부속 시설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였다.
유 의장은 "본부와 의대가 모두 넘어가면 대학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만 남는 것은 사실상 4년제 대학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며 이를 "앙꼬 없는 찐빵"에 비유했다.
숫자로 따져도 간극은 크다. 대전환기획위원회가 제시한 지원금은 2천억 원 수준이지만,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을 건립하려면 건설비만 약 7천400억 원, 의료장비까지 포함하면 1조 원 안팎이 필요하다는 것이 유 의장의 설명이다. "그러면 나머지 재원은 어떻게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냐."
순천시의회가 지난해까지 운영해 왔던 특별위원회 명칭 또한 '병원 유치 특위'가 아니었다. 정식 명칭은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지원 특별위원회'. 84만 동부권 시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추진해 온 목표가 이번 절충안 앞에서 '병원 하나'로 축소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는 것이다.
새벽 두 시, 스물다섯 명의 동의
"제10대 순천시의회가 시작하자마자 의대 문제까지 터져 정신없으셨겠다"는 말에 유 의장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유영철 "운이 좋았던 게 아닙니다. 일주일 넘게 계속 고민했습니다. 틀을 몇 개 놓고 저울질했고, 발표 전날에는 잠도 못 잤어요. 새벽 두 시에 일어나 다시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그랬습니다."
25명 전원의 만장일치는 우연이 아니라 치열한 숙고와 협의의 결과였다는 설명이다. 상임위원회 일정에 쫓기며 최종 문안을 확정해야 하는 순간까지도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오전 9시가 되도록 문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결국 유 의장이 선택한 방법은 의원 단체 채팅방이었다.
유영철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그게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되고, 나중에 뒷말도 없잖아요. 이견이 없으면 동의로 간주하고, 의견이 있는 분만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한 상임위원회는 회의가 늦게 끝났고, 중간에 30분간 정회하기도 했다. 유 의장은 상임위원장들에게 미리 쪽지를 보내 회의 말미에 입장문을 언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단톡방에 올라가 있으니 꼭 확인해 달라. 나중에 못 봤다고 하면 곤란하지 않느냐'고도 말씀드렸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깔끔했다. 최종적으로 제기된 이견은 단 한 건, 그것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표기 오류를 바로잡자는 의견뿐이었다. 그렇게 스물다섯 명의 의원이 하나의 입장문에 뜻을 모았다.
번개 모임에 빠진 한 사람
만장일치의 이면에는 또 다른 시간표도 있었다. 지난 6월 28일 민형배 통합시장, 김문수 국회의원, 손훈모 순천시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이 만나기로 했던 이른바 '번개 모임'에 총장이 참석하지 못했다. 유 의장에 따르면 상을 당해 약속 장소까지 오려면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상황이어서 불참했을 뿐인데, 이를 총장의 의지 부족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었다고 했다.
유영철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그렇게 쉽게 결정하려 했다는 게 저는 의아했습니다. 상대방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후 대전환기획위원회는 7월 1일 공문을 보내 순천대와 목포대에 각각 본부·의대 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7월 8일까지 회신하라고 요구했다. 순천대가 이에 응하지 않자 기한은 다시 7월 13일로 연장됐다. 총장을 만나기 전인 12일까지 유 의장은 도의원과 시의원 출신 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병원만으로 충분하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후 총장을 직접 만난 그는 확신을 굳혔고, 곧바로 재선 이상 의원들을 불러 모았다. 진보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까지 함께한 자리에서 방향은 하나로 모아졌다.
목포는 한목소리, 순천은 엇박자
같은 시기 목포는 달랐다. 목포시장과 목포시의회, 지역 국회의원이 일찍부터 한목소리를 냈다. 반면 순천은 입장 표명 자체가 늦었고, 그마저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 의장은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손훈모 순천시장과 김문수 국회의원, 자신 사이에 사전 조율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유영철 "김문수 위원장이 먼저 입장을 밝힌 뒤에야 알았습니다. 전혀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는 원내대표 체제를 언급했다. 정당 사안은 원내대표가 소통 창구 역할을 맡는 구조여서 의장이 직접 국회의원과 접촉하면 오히려 원내대표의 역할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명분은 있었지만 시민들의 눈에는 지역 정치권이 제각각 움직이는 모습으로 비쳤다.
그 여파는 지난 19일 한 행사장에서도 드러났다. 현수막 자진 철거를 두고 오해가 생긴 것이다. 국회의원과 시장이 나란히 "순천대도 자진 철거를"이라고 언급하며 유 의장을 바라봤다고 한다.
유영철 "저는 순천대 관계자가 아닙니다. 왜 저를 순천대 관계자 대하듯 하십니까."
선을 그으면서도 그는 "순천대 입장에서 이야기해 줄 사람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감정이 상하더라도 대학의 입장을 대변할 목소리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총장에게 건넨 조언도 있었다. 7월 13일 자정을 마감 시한으로 압박하던 시점, 그는 이병운 총장에게 "받지 마시라"고 말했다고 했다.
유영철 "가장 다급한 사람은 총장님이 아니라 정치인들입니다. 협상은 강하게 나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참고만 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답답한 협상 과정을 두고는 "차라리 제비뽑기라도 해서 빨리 결정됐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스스로도 표현이 거칠었다고 인정하며 "오다 버렸다"고 웃어넘겼다.
끝나지 않은 시계
대전환기획위원회는 추가 중재안 없이 오는 20일까지 순천대와 목포대가 자율 협의로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유 의장은 압박이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순천시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대전환기획위원회에 앞으로 순천대와 목포대 협의 과정에 어떠한 형태로도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순천대에도 지역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사안임을 엄중히 인식하고 대학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세로 협의에 적극 나설 것을 당부했다. 또 전남·광주 대전환이 어느 한 지역에 핵심 기능을 집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부권과 서부권이 역할과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는 상생의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 힘을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유영철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합의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천대를 압박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입장문 마지막 다섯 줄을 가장 오래 고민했다고 했다. 순천대를 지지하면서도 "순천대도, 우리도 더 열심히 하자"는 당부를 함께 담고 싶었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두둔이 아니라 책임 있는 주문이었다. 새벽 두 시 문장을 고쳐 쓰던 밤과, 스물네 명의 답을 기다리며 단체 채팅방을 들여다보던 시간들. 그 열흘이 만들어낸 것은 순천시의원 25명 전원이 동의한 한 장의 입장문이었다.
물론 종이 한 장이 대학과 병원을 곧바로 가져오지는 않는다. 시계는 20일에도, 20일이 지난 후에도 계속 움직일 것이고, 테이블에는 순천대와 목포대가 마주 앉아 있을 것이다. 유 의장이 끝까지 되풀이한 말은 결국 하나였다. 압박보다 합의, 속도보다 방향. 앙꼬 없는 찐빵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시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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