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가 입수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 재산 공개 서류에 따르면, 베이스그룹은 지난해 트럼프오거니제이션에 200만 달러를 보냈다. 서류에는 이 돈이 "의향서"의 일부이며 "환불 불가 개발 수수료"라는 설명만 짧게 적혀 있었다.
베이스그룹과 트럼프 가족 측은 NYT에 보낸 성명에서 이 지급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골프장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그룹의 앨런 가튼 최고법률책임자는 "수십 년간 골프·호텔·부동산 사업을 해오며 전 세계 수많은 회사와 거래해왔다"며 "이번 거래가 정당한 사업적 고려 외의 다른 요인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은 순전히 허구"라고 반박했다.
10년 가까이 공들인 트럼프 일가와의 인연
베이스그룹이 트럼프 일가와 관계를 다져온 것은 최소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시작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이스그룹 계열사인 금양인터내셔널은 버지니아주 트럼프 포도원에서 생산된 와인을 수입하기 시작했고, 이 계약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이 와인은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도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집 베이스그룹 회장은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고, 지난봄에는 플로리다주 트럼프 내셔널 도랄 골프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를 만났다. 지난 2월에는 에릭 트럼프를 한국으로 초청해 SK네트웍스, 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기업 임원들과의 만찬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미 양국 간 무역·사업 거래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고 베이스그룹의 강기형 전무이사가 NYT에 전했다.
무역분쟁과 겹친 시점... "이해충돌" 지적도
문제는 이 지급 시점이 베이스그룹 계열사인 한국알루미늄이 미국 상무부의 고강도 무역 조사를 받던 때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한국알루미늄은 의약품 포장재, 아이스크림 콘 용기 등에 쓰이는 알루미늄 포일을 생산하는 업체로 카뮤건설의 자회사이며, 베이스그룹이 카뮤건설의 지배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부터 한국 알루미늄 업체들이 중국산 알루미늄에 부과된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이를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조사해왔고, 2025년에는 한국알루미늄을 포함한 한국산 알루미늄 수입품에 별도 관세를 부과했다. 베이스그룹 측은 이로 인해 미국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현재는 중국산이 아닌 원자재로 만든 제품만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알루미늄 업계 단체는 상무부에 한국알루미늄을 포함한 수입업체에 대한 고율 관세 연장을 요청했다. 상무부 직원들은 예비 검토에서 중국산 알루미늄이 여전히 미국 시장에 부당 덤핑되고 있다는 업계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종 조치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가족이 베이스그룹을 위해 미국 정부 관계자에게 개입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상무부도 무역 조사에 정치적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이해충돌은 없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이익은 미국 국민의 최선의 이익"이라고 밝혔고, 상무부 대변인 에밀리 데이비스도 "무역 구제 절차는 준사법적이고 정치와 무관하게 엄격한 법적 요건에 따라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무역 전문가인 배리 애플턴 뉴욕 로스쿨 교수는 한국알루미늄이 실제 특혜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대통령이 무역 심사 과정에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외국 기업 간의 재정적 관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은 대통령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항상 물러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세워졌다"며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전제가 의문시되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