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지역들은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명단에 없다. 순천시 전체 인구가 아직 27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 통계는 시 전체를 하나로 묶어 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읍면 단위의 소멸은 보이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에 강원 화천, 충북 보은, 전북 진안·무주, 전남 구례·보성, 경북 청송 등 7개 군을 추가했다. 8월부터 이들 지역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원이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면서, 사업 대상은 기존 10개 군에서 17개 군으로 늘었다. 보성군은 인접한 순천시 송광면·주암면 주민들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곳이지만, 이 돈은 행정구역 경계선 안쪽에서만 움직인다.
문제의 핵심은 사업 설계 자체에 있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69개 군 가운데 일부를 시범지역으로 뽑아왔다. 그런데 이 ‘인구감소지역’ 지정 단위가 군이기 때문에, 순천이나 나주처럼 도심 인구는 유지되지만 농촌 읍면의 인구만 빠르게 줄어드는 ‘도농복합도시’는 처음부터 신청 자격조차 갖지 못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 특별교부세, 지역사랑상품권 우대, 지방세 감면 같은 인구감소지역 행정 특례 전반에서 마찬가지다.
올해 3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로 나선 신정훈 의원은 “도농통합시 임에도 쇠락하고 있는 구 승주군 지역을 비롯해 구례, 곡성군을 상대로 농어촌 기본소득을 도입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겠다” 고 말했다. 이어 “이들 3개 지역은 소멸지수가 높은 곳으로서 문화적인 면이나, 생활 환경이 열악해 그 지역 주민들은 소득 격차와 사회보장 차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단위’에서 ‘읍면 단위’로
전문가와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해법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는 인구감소지역 지정 단위를 시·군에서 읍면동으로 낮추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시·군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지정 여부를 가르는 현재 방식 대신, 읍면동별 인구감소율을 따로 평가해 도농복합도시 안의 농촌 지역도 별도로 지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신청 단위 자체를 ‘군’에서 ‘면’으로 낮추는 것이다. 셋째는 기존 인구감소지역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 기준 이상 인구가 감소한 읍면을 별도 트랙으로 시범사업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어느 방식을 택하든 재원 문제로 다시 돌아온다.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706억원을 확보해 7개 군을 추가했고, 44개 군이 8.8대 1의 경쟁률로 몰렸다. 여기에 전남 28개, 전국 단위로는 훨씬 많은 도농복합도시 읍면을 추가로 포함하려면 재원 규모는 또 한 번 늘어난다. 이재명 대통령이 농어촌특별세 활용을 거듭 언급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농특세는 증시 거래세를 기반으로 해, 증시가 꺾이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세목으로 재정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는 문제는 있다.
그렇다고 순천의 읍면들이 이 논의에서 빠질 이유는 없다. 오히려 도농복합도시의 사례는 ‘소멸’을 측정하는 단위 자체를 세밀하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시 전체 인구로는 보이지 않는 위기가, 면 단위로 들여다보면 옥천이나 신안보다 더 가팔라 보이는 곳들이 전남 안에만 28곳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