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명예교수는 6월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이른바 “쌍둥이 득표”를 둘러싼 음모론이 통계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땄다. 세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부친이기도 하다. 허명회 교수의 설명을 쉽게 풀어봤다.
놀랄 일 아닌 이유
인천시장 선거 사전투표 결과, 송도1동과 송도2동에서 두 후보의 표 수가 똑같이 나왔다. 박찬대 후보 3,030표, 유정복 후보 1,440표 — 두 동네가 숫자 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한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5억9천만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전남에서도 두 후보 득표수가 같은 동네가 10곳이나 된다며 “이건 조작이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허명회 교수는 이를 “주사위 게임”에 비유해 설명했다. 두 사람이 각각 주사위를 4,470번 던진다고 하자. 4,470번은 박찬대 후보와 유정복 후보가 표를 합한 숫자다. 두 사람이 딱 같은 횟수로 1이 나올 확률은 약 1%. 단독으로 보면 ‘작은 확률’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인천에는 행정동이 137개 있다. 137개 동 중 두 동씩 짝을 짓는 방법은 무려 9,316가지나 된다. 학교로 치면, 한 반에 30명이 있을 때 생일이 같은 사람이 한 쌍쯤 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다.
허 교수가 컴퓨터로 10억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인천 전체 동을 놓고 보면 득표수가 완전히 같은 동 조합이 ‘0.84개’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즉, 실제로 한 쌍이 발견된 것은 “예상 범위 안”의 일이다. 허 교수는 “1개가 발견됐다고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장 대표가 제시한 ‘5억9천만분의 1’이라는 숫자는, 인천 전체가 아닌 딱 그 두 동만 떼어놓고 계산한 확률이다. 서울에서 로또 당첨자가 나왔을 때 “내 주변에서 나올 확률”만 따지면 수십억분의 1이지만, 서울 전체 인구로 보면 당첨자가 나오는 건 흔한 일인 것과 같다.
광주·전남은 왜 더 많이 나왔나
광주·전남에서는 두 후보 득표수가 같은 동네가 10곳이나 나왔다. 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허 교수는 이 지역에서 오히려 더 많은 일치가 나오는 것이 수학적으로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광주·전남에서는 표가 한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몰린다(약 90%). 한쪽으로 표가 몰릴수록 나올 수 있는 숫자 조합이 줄어들어 우연히 같은 숫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동네마다 투표자 수 자체가 적다. 총 투표수가 400표 안팎인 작은 동네에서는 같은 숫자가 우연히 일치할 확률이 훨씬 높다. 인천 송도의 경우는 4,470표였다. 셋째, 광주·전남은 읍·면·동이 393개로 인천(137개)보다 훨씬 많다. 조합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세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하니, 광주·전남에서 일치 사례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수학이 예측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허 교수의 분석을 공유하며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가정도 분포도 내놓지 않고 결론만 외치는 것은 계산이 아니라 주술”이라며 “산식을 공개하든지, 발언을 거두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인천·전남 선거관리위원회도 “확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공식 반박했다.
허 교수는 또 송파구 일부 투표소의 투표지 부족사태에 대해서도 통계학적으로 ‘평균값’과 ‘최댓값’을 구분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행정실패라며, 투표지를 평균치인 50%가 아니라 최대치인 70% 수준으로 준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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